경제·금융 정책

자금조달·금리결정 과정 시장원리 외면

■ 국민주택기금 대대적 수술<br>'선심성' 생애 첫 주택대출 파행, 혼선 초래<br>운용회의 1년에 1회…환경변화 대응 어려워<br>국민은행이 사실상 관리주도도 논란 일으켜


가난한 서민의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위해 재개된 생애 첫 주택대출이 시행 몇 달 만에 파행운영된 것은 자금원인 국민주택기금의 효율성과 운영 및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50조원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이 시장원리를 따르지 못하고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운영주체인 건설교통부가 수탁업체를 독점 관리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국민주택기금이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관리의 투명성과 운용상의 효율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주택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금조달과 금리결정에서 시장경제 원리를 전혀 따르지 않는 점이다. 경제 전반에 시장경제 원리가 자리잡고 있지만 정책자금 분야에서는 시장 원리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선심성 정책에 의해 탄생한 생애 첫 대출의 사례처럼 시장에서 혼선을 일으키고 금리결정 방식에 있어서 경직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건교부는 생애 첫 대출의 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를 인상하면서 “시장금리의 상승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종합적으로 비교해 결정했다”고 밝힌 것도 기금이 시장원리를 외면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의 평균 조달금리는 4.7%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민주택기금이 제공하는 17가지 종류의 대출 가운데 영세민 전세자금(연2.0%), 국민임대 및 공공임대 주택자금(연 3.0%) 등은 조달금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정부의 예산지원 외에 국민주택채권, 주택저당증권(MBS) 등에서의 재원조달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기금이 손해보고 장사를 해온 셈이다. 정연호 건교부 주거복지팀 사무관은 “공적인 기금의 상품 특징이나 지원대상을 일반 금융권의 상품처럼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여러 가지 비판이 있지만 정부는 한정된 재원으로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방대한 준예산성 기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의 운용은 건교부에서 맡고 있다. 건교부는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은 물론 기금운용 및 관리규정을 책임진다. 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기준은 기금운영계획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심의위원회의 안건을 토대로 기금운용계획을 짜기 때문에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고성수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정책 목표에 따라 운용되는 기금이더라도 47조원이나 되는 자산을 운용하면서도 1년에 한 번 결정된 운용계획에 따라 운용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기금이 가지는 위상과 성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기금을 맡아 관리하는 국민은행 주택자금부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민은행은 기금의 수탁관리 기관으로서 재위탁기관인 우리은행ㆍ농협중앙회 등과 함께 기금관련 대출심사와 운용, 대출금 수납 및 사후관리 업무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신인 주택은행이 독점으로 기금을 관리하면서 노하우와 통계치 등을 활용, 건교부의 묵인하에 국민은행이 사실상 기금관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회 재경경제위원회의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감사에서 우제창 열린우리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기금수탁관리 기관으로서 얻는 수수료 수입만도 2,000억원대에 이른다. 우 의원은 “공공기금 위탁수수료 2,000억원을 한 개 금융기관이 독식하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간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주택기금을 관리할 별도의 공단을 설치하거나 대한주택공사 등 기존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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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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