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좋은 종목의 기준

며칠 전 학교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적발된 H사 시세 조종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이 사건은 소위 ‘작전세력’이라 불리는 K모씨 등이 비상장 휴면회사를 헐값에 사들인 후 금융다단계 수법으로 자금을 마련, 이 자금을 이용해 H사의 주가를 2,000% 가까이 끌어올렸다가 적발된 내용이다. 관련자들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찰 고발조치를 당했지만 주가 조작 과정에서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수백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후배들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그런 ‘좋은 종목’이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것이었다. 한 후배는 최근 폭락장에서 크게 손해를 봤다며 ‘작전주’가 절실하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꺼냈다. 시세 조종으로 인한 주가 급등 과정에서 자신의 투자금액이 고스란히 피해금액에 합산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듯했다. 이날 만난 후배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종목’을 추천 해달라면서 ‘작전주’ ‘한달 수익률 100% 종목’ ‘5일 연속 상한가 종목’ ‘원금은 손해 보지 않을 종목’ 등을 언급한다. 투자문화가 과거에 비해 성숙됐지만 여전히 주식투자를 ‘로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을 사면서 해당 회사의 실적도 확인하지 않고 심지어 무슨 사업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이들은 보유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회사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전체 주식시장 탓으로 돌려버린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한 회사의 주주(株主),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해당 기업의 실적과 사업 내용을 확인하고 미래 성장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건 투자자의 기본이다. 나무 한그루를 구입할 때 잎이 윤택한지, 가지가 곧게 뻗어 있는지, 화분의 크기는 넉넉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증권가와 언론, 인터넷 등을 통해 연일 쏟아지는 투자정보가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는 아닐 것이다. 꾸준히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한 지인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갑자기 테마주로 여겨지는 게 싫다고 했다. ‘오르면 팔면 되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싫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 회사의 실적을 믿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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