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제많은 美국토안보부법

지난 19일 미국 상원은 국토안보부 신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연간 370억달러의 예산을 쓰는 직원 17만명의 거대부처가 탄생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ㆍ11테러 이후 줄곧 관련기관간 공조 및 정보수집ㆍ분석 강화 등을 위해 효율적인 테러대응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왔고 결국 이날 결실을 맺게 됐다. 하지만 20여개 정부기구의 권한이 한 곳에 집중되는 데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외신에 따르면 인권단체들은 이미 '사이버 보안증진' 규정의 인터넷도청권을 문제삼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인터넷 사업자들이 수사관뿐만 아니라 어떤 정부관리에게도 가입자 정보를 넘겨줄 수 있다. 테러방지를 명목으로 사이버세계 통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날 미국 하원 정보효율소위원회는 미 정부의 컴퓨터 보안이 낙제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법무부 등 14개 연방정부기관의 보안상태를 'F'로 평가했다. 아주 알맞은 날짜에 발표돼 국토안보부법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3년 3월23일 독일의 나치정부는 전권위임법을 만들었다. 다섯 조항으로 된 이 법은 간단히 말해 국회의 입법권을 행정부에, 즉 독재자 히틀러에게 준다는 것이다. 독일국회의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이 법안에 535명의 의원 중 44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산주의자들의 테러위협과 경제공황 앞에 '국가지도층' 은 스스로가 져야 하는 책임을 버리고 뒤로 물러섰다. 히틀러는 이 법에 의해 45년 4월30일 소련군에 포위돼 자살할 때까지 12년간 '합법적으로' 독일을 통치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올초 테러예방과 진압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만든 시안을 둘러싸고 테러ㆍ테러단체의 개념규정, 국정원의 권한확대 등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져 지금은 심의가 중단된 상태다.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먼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냉정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권력의 '견제와 균형'에 집착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단순한 진리 때문이 아닐까. 최수문<사회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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