投之無所往者 諸귀(歲+刀)之勇也(투지무소왕자 제귀지용야).
‘병사들을 왕래할 곳이 없는 사지로 투입시키면 용기가 나는 법이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 나오는 말이다. 장병들은 일단 전진 이외에 갈 데가 없는 전장에 투입되면 저 옛날 용맹스러운 전제나 조귀처럼 결사적으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최후의 결전 명령이 떨어진 날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조용히 앉아 있으면서도 흐르는 눈물은 옷깃을 적시고 반듯하게 누워있는 사람도 눈물이 흘러 턱에까지 내려오는 일이 있다.
이처럼 의기소침한 심정으로 과연 결전장에 나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그들을 전장으로 내몰게 되면 모두 무서운 용기와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 87년 마스터스 대회 때 래리 마이즈가 그렉 노먼과 연장전 두 번째 홀 도중 그린 밖에서 친 샷을 잊을 수가 없다.
2온에 성공하지 못해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 엣지에 떨군 볼은 바운드 후 그린으로 올라 거짓말처럼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당시 ‘올해의 샷’으로 불린 것은 물론 ‘80년대의 샷’으로 명명되기까지 했다.
그린을 놓친 래리 마이즈는 2온에 성공해 버디 퍼팅을 준비하던 그렉 노먼보다는 훨씬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나흘간의 라운드와 그린의 빠르기 등을 감(感)으로 기억해내고 홀에 다다르지 못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샷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불안한 마음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생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볼을 쳐낸 것이 기적 같은 버디로 이어졌다.
티 샷을 러프로 보내거나 그린을 놓쳤을 때 누구나 위축되기 마련이다. 여차하면 1~2타는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몸을 굳게 만들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 쉽다.
어려울 때일수록 예전의 좋았던 샷이나 멋지게 위기에서 탈출했던 이미지를 떠올리면 샷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