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등 700여社입주... 일류기술 350여種 보유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와이어리스 밸리(Wireless Valley)'가 있다.
와이어리스 밸리는 스톡홀름 북부에 있는 과학연구단지인 '시스타(Kista) 사이언스파크'의 별칭으로 에릭슨의 연구소가 있는 곳이다. 에릭슨의 무선통신 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면서 통상 와이어리스 밸리로 불리게 됐다.
이곳은 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의 군사 훈련장으로 사용됐었다. 훈련장이 이전되면서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때마침 무선통신과 관련된 여러 사업본부와 연구소 통합 작업을 벌이던 에릭슨이 가장 먼저 발을 들여 놨다. 특히 에릭슨의 첨단 기술력은 수많은 정보통신 업체들을 시스타 사이언스파크로 끌어들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현재 에릭슨을 비롯해 700여개의 업체가 입주, 350여종의 세계 최정상급 기술을 보유중인데 특히 GSM 무선통신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전문연구 인력은 2만7,000여명.
이중 1만2,000여명을 에릭슨이 고용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에릭슨 주도로 산업단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셈이다. 굳이 임대료나 세금을 깍아 주지는 않았지만 과학과 기술이 있는 곳이면 기업은 찾아왔다.
스웨덴 정부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정부는 시스타 지역 개발을 위해 토지와 건물을 제공했다.
또 스웨덴 왕립공과대학(KTH), 스톡홀름대의 정보통신 관련학과를 이곳으로 이전시켰다. 별도의 정보통신대학도 설립했다. 대학에서 양성된 우수 인력과 기술을 기업경영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스타의 인터랙티브 리서치센타에는 학계의 연구인력들이 기업의 의뢰를 받아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곳은 상업적 이용을 위한 기술개발이 목적이다. 순수학문을 위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기업과의 공동연구 작업도 수시로 이뤄진다. 효율적인 산학협력이 미래 경쟁력의 가장 확실한 확보 수단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스웨덴은 지식산업에 국내총생산(GDP)의 11%를 투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IT와 통신에 대한 투자(8%) 역시 세계 최고였다. 전문가들은 시스타, 그리고 스웨덴이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세계 무선통신 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