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19일] 올림픽金 비결과 기업경영

‘일단 걱정부터 해두도록,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인간은 좋은 사건보다 나쁜 사건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진화과정에서 나쁜 예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체득한 생물학적 특성이다. 그래서 슬픈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는 쉬워도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는 피식 웃기는 어렵다. 지금은 옛이야기가 됐지만 올 여름 베이징올림픽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건은 수영 자유형 400m경기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과 육상 단거리 경기에서 자메이카가 선전한 것이다. 열악한 여건서 생존법 나와 이 금메달은 베를린올림픽의 손기정, 바르셀로나올림픽의 황영조의 금메달과 더불어 한국 스포츠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세인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던 만큼 금메달 획득의 비결에 대한 추측도 난무했다. 박태환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폐활량,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연성, 피로를 잘 느끼지 않는 뛰어난 젖산 내성능력, 천부적인 부력, 완벽한 좌우대칭형 몸매 등이 비결로 거론됐다. 또 서부 아프리카 흑인 조상들의 유연성과 액티넨A라는 특이 유전자, 자양강장에 뛰어난 자메이카 특산물인 ‘참마’의 장기 복용이 자메이카의 비결로 거론됐다. 기업경영 평가에서도 이와 흡사한 분석이 이뤄진다. 우리는 어느 국가, 어느 기업이 뛰어난 성과와 경쟁력을 보이면 외적 여건에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지정학적 위치, 우수한 인력 공급, 정부의 산업정책, 기후와 천연자원, 심지어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까지 다양한 외적 여건을 제시한다. 하지만 유리한 여건에서 뛰어난 경쟁력이 도출되기보다 열악한 여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이 키워진 예가 더 많다. 박태환 선수는 서양 선수에 비해 왜소한 체격과 약한 허리를 갖고 있었고 비염 때문에 잠영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몸의 중심을 가슴에 두고 좌우로 호흡하며 발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영법을 개발했다. 마이클 포터도 유명한 ‘경쟁론’에서 오늘날의 도요타가 있게 한 적시생산시스템(JIT)이 비싼 땅값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혁신이라고 설명한다. 신화창조라는 방송을 통해 소개됐던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중견기업들도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ㆍ철강 산업은 유리한 조건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출발했다. 철강만 해도 1960년대 포항제철소를 건설할 때 국내외 경제전문기관은 원료 수입에 필요한 외화액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보다 많아 원료수입액을 감당할 수 없음을 근거로 일본에서 철강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제철소 건립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기, 혁신 기회 삼아야 그러나 포스코는 자본과 자원이 없었기에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공기로 제철소를 건설했고 외화가 부족해 원료 수입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지속적인 혁신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세계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과 효율성을 보유한 철강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인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인의 80%는 지금이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고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금융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우선 걱정부터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대외여건 악화는 종종 우리에게 혁신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것이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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