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만과 중국의 관계 개선

박번순<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중국과 대만의 불안했던 관계가 개선되는 것 같다. 지난 3월 중국이 영토통합과 주권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비평화적인 수단”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선언한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키면서 양안관계에 대한 우려가 급증한 바 있다. 그러나 4월 들어서는 국민당과 친민당의 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고위당국자와 연차적인 회담을 성공리에 마쳤다. 특히 국민당 대표인 롄잔의 방중으로 제3차 국공합작이 성사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국민당 인사의 방중에는 떨떠름했던 천수이볜 총통도 친민당 쑹추위의 방중 때는 개인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며 중국 당국도 중국인의 대만 관광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천수이볜 총통의 대만 독립 의지도 국론 분열, 재계 등의 반대, 중국의 압력 속에서 동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양안관계가 더 나빠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는 ‘뜨거운 경제’와 ‘차가운 정치’라는 불균형 관계였다. 지난해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약 450억달러에 달해 중국은 1위 시장이었다. 수입 규모는 167억달러에 불과해 대만은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대만 통계에 의하면 대만 기업은 2005년 3월 말 현재 33,0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425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통계에 불과하고 조세피난처를 경유한 투자까지 합하면 비공식적으로 대만 기업의 투자는 최대 1,000억달러까지로 추산된다. 중국 내에는 100만 이상의 대만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대만 기업이 집중적으로 진출한 상하이 지역에는 50만명의 대만인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공동화, 첨단산업의 대중국 이전,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해 대만 정부가 대중국 투자를 장려하지 않았고 적어도 공기업들의 대중국 사업 협력에는 상당한 규제를 가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협력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치적 관계 개선으로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게 되면 대만 기업의 경쟁력은 상당히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대만의 국내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이 증진되면서 기업의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직항로가 없어 2시간 거리인 상하이로 가기 위해 오키나와나 서울을 경유했던 대만 기업인들은 직항로가 열리면 행동반경을 훨씬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홍콩을 방문하는 연간 1,000만명의 중국인 중 일부만이라도 대만이 유치할 수 있다면 내수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상당한 규제를 받는 대만 공기업들의 대중국 수입이 좀더 자유로워진다면 경쟁력을 더욱 증강시킬 수 있고 양국의 무역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지향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보다는 선진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내수시장에 대한 진출은 한국이나 일본 및 서구의 다국적기업에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이제 양국 관계의 개선을 통해 대만 기업들은 주문자에 종속되기 마련인 OEM 외에도 내수 목적으로 중국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ㆍ철강ㆍ반도체 등 소재산업이 가장 유망한 진출 분야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나 대만의 투자 상당 부분이 중국을 경유한 대미 수출용 투자였다. 그러나 향후 세계경제의 둔화,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 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중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중국의 내수시장에 대만이 뛰어든다면 한국ㆍ일본ㆍ대만ㆍ서구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는 중국 내에서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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