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제조업 "일손 구하기 속타네"

대형할인점 점포 확장으로 인력 빼앗겨··· 창원 등 지방공단 업체들 생산차질 우려


한여름을 맞아 에어컨 생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LG전자 창원사업장은 요즘 일손을 구하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늦더위를 예상해 에어컨 생산규모를 늘리고 싶어도 조립공정에 투입될 예비인력을 100%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때아닌 인력난은 창원에 입점을 준비 중인 롯데마트가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하며 일자리를 찾는 주부사원은 물론 기존 주부사원까지 할인점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급여면에선 에어컨 공장이 괜찮지만 일이 수월한데다 가사일에 지장이 적고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에서 할인점이 더 인기”라며 “자칫 사람이 없어 라인을 놀려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주부사원들은 성수기 24시간 2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에어컨 공장보다 기본 8시간 3교대에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할인점 근무 환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일반 제조업체들이 할인점들에 인력을 빼앗기는 바람에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대형 할인점들이 앞다퉈 지방 출점 경쟁에 나서는 바람에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상 대형 할인점의 경우 점포당 협력회사의 판매직원을 포함해 600~700명을 채용하는데 이중 70%가 주부 등 여성인력으로 채우기 마련이다. 물론 인력전쟁의 승패는 제조업의 완패다. 조금 덜 받아도 편하고 쉬운 일을 찾는 추세에 제조업체들은 단순 노동 인력을 할인점 등 유통업체로 뺏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창원뿐만 아니라 구미ㆍ광주 등 공단 제조업체들이라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거리이다. LG전자 등 대기업 공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중소 협력업체의 경우 급여도 할인점보다 크게 높지 않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창원의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제일 어려운 게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라며 “LG전자의 경우 협력업체 사장들이 직원을 얼마나 더 확보했는지를 회의 때마다 일일이 전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구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마트가 대형 매장을 구미 국가산업단지 안에 오픈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벌써부터 제조업체 공장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을 이마트가 빼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구미 이마트가 공단 중심에 들어서며 지금도 어려운 공단 교통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구미공단 내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장 근무가 기름때 묻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에 할인점이 들어오면 조립공정 여직원들의 동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의 무차별적인 점포 확장이 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제조업에도 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대형 할인점들은 최근 몇 년 새 지방 점포를 확장하며 수원ㆍ창원ㆍ구미ㆍ광주 등에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4일 광주에 4번째 점포를 오픈한 데 이어 구미에 두번째 매장을 내기 위해 3만3,000㎡의 부지를 매입했으며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구미점을 연 데 이어 창원에도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2월 구미점을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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