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방자치 10년 얻은 것과 잃은 것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을 맞았지만 그 동안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지자체 마다 경쟁하듯 호화판 청사를 짓고 선심성 행사 및 사업을 벌이는 등 겉은 번지르르 해졌으나 자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아직도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이 제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다 평균 60%를 밑도는 재정자립도로 인해 중앙정부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역여건에 맞는 ‘맞춤행정’을 실시하게 된 것을 비롯해 주민 민원서비스 확대, 행정정보의 공개 및 홍보, 사회복지 및 환경문화 서비스 향상, 자치단체의 정체성 강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 그러나 선심성 행사나 전시위주의 행정, 무분별한 개발, 지역경제의 편차 및 지역 이기주의는 오히려 심화됐다. 공무원들이 지방자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옛날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선심 및 전시위주의 행정은 그렇지 않아도 빈약한 재정자립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일개 시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보다도 큰 청사를 짓고 경쟁하듯 각종 축제 및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자치단체의 주관으로 열린 900여개의 행사 중 흑자를 낸 것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이처럼 각종 선심행사 및 사업을 벌이다 보니 각종 비리와 부패로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자치단체장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0년이 지방자치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라면 앞으로 10년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자립도를 높여 중앙의존에서 벗어나고 주민의 지방자치 참여 폭을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지방의회의 정책개발 능력을 높이고 ‘알뜰 살림’을 지방자치의 운영의 기본으로 삼는 것은 물론 비리단체장을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는 단체장들이 분에 넘치는 선심성 행사를 벌이고 비리에 연루돼도 주민들이 이를 감시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각종 선심성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도 통제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 지방자치 10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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