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백화점 봄 정기세일을 맞아 신세계 인천점을 찾은 김성훈(32)씨는 행사 매대에서 바지를 구입한 후 백화점 제휴카드인 삼성카드로 결제하며 5% 할인 쿠폰 사용을 요청했지만 '세일 때는 쿠폰 적용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김씨는 "할인 쿠폰 때문에 일부러 제휴카드를 쓰는데 백화점을 가장 많이 찾는 세일 기간에는 혜택이 안 돌아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고객들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제휴카드의 쿠폰이 사용상 많은 제약으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일제품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기획 상품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데다 애초에 아예 적용이 안 되는 품목도 적지 않은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들은 주요 카드사와 제휴를 맺거나 직접 발행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자사 전용카드'를 두고 고객에게 이용편의와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카드,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카드, 그리고 신세계백화점은 시티카드와 삼성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공통적으로 제품 구입시 5% 할인을 부여하고 있는 것. '전자할인쿠폰' 또는 'e쿠폰'으로 이름붙여진 이 혜택은 각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전달에 해당 백화점에서 카드를 쓴 경우 1달에 평균 2~5매씩 카드 내에 쌓이며 결제시 고객이 사용을 요구하면 할인(5%)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쿠폰은 세일기간 중 할인 상품을 비롯해 식품관 및 가전매장, 귀금속 매장 등의 상품에는 이용할 수 없다. 여기에 백화점 내의 임대매장에서도 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임대 매장인 남성복 매장과 푸드코트, 명품매장에서는 아예 적용이 안 되는 것. 이렇게 쿠폰 적용이 안 되는 매장은 전체 백화점 매장 중 30%대에 달한다. 여기에 세일 중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도 일시 기획상품 및 정상가보다 가격이 인하됐거나 한정 및 기획상품, 재고상품의 구입에도 쓸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할 수 없는 매장 및 품목은 더 늘어난다. 이러한 제한 사항 때문에 제휴카드 고객이 5% 할인 쿠폰을 사용해 적용되는 에누리율은 백화점 전체 매출 중 평균 3%대에 그치며 때에 따라서는 1% 미만까지 내려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 백화점 측은 "제휴 카드에 부여되는 할인 쿠폰은 정상 상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에누리' 혜택"이라고 설명한다. 할인 및 행사 상품의 경우 이미 백화점 자체 마진을 줄여 적용한 할인분이 포함돼 있는 만큼 5% 쿠폰을 또 적용하면 중복 할인이 된다는 것. 여기에 저마진 제품에는 적용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일부 식품과 가전은 10%대나 그 미만의 마진률을 보이는데 5% 할인쿠폰을 적용하면 오히려 역마진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 신청시 미리 이와 같은 쿠폰 적용 제한 사항에 대해서 안내문을 통해 고객에게 고지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백화점의 고객 대부분이 물품 구매금액을 카드로 결제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한 사항은 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의 백화점 카드 고객은 35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카드 사용액은 연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제휴카드로 인한 결제액 비중도 이와 비슷하다. 이처럼 제휴카드 고객의 매출 기여도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정작 이들을 위한 배려는 상당히 제한돼 있는 것이다. 김씨는 " '5% 쿠폰'은 실제 고객을 위한 혜택이라기 보다는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