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인 우리은행간 불협화음이 심상치 않다.
발단은 또 다른 자회사인 우리카드의 경영정상화 전략에 대한 인식차에서 비롯됐다. 우리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우리카드에 추가 출자를 하려는 지주사의 방침에 대해 우리은행의 일부 경영진이 합병 등 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이에 따라 지난 7일 분기별 양해각서(MOU) 심의위원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이 부문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룹차원의 전략에 대해 자회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온 것 자체가 MOU를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논란 끝에 해당 임원들에 대한 징계수위와 시기를 추후 결정하는 수준에서 어정쩡하게 매듭됐지만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은행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주사측이 다양한 언로를 막고 일방통행 식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원들이 개인적인 욕심을 낸 것도 아니고 그룹전체의 이해득실을 따져 소신 껏 자기주장을 편 것에 대해 문책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앞으로는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서 지주사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는 식의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자회사 기강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지주사 경영진은 이번 문책파동으로 불거질 우리은행 직원들의 정서도 이미 충분히 예견했지만 지주사의 장래가 더 큰 문제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이 같은 `집안 일`을 `집 밖`(언론 등)으로 끌고 나간데 있다”고 말했다. 엄연히 자회사를 총괄 지휘하는 지주사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외부에 자꾸 딴 목소리를 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주사는 아울러 일부 다른 자회사에서 사장과 다른 임원간 불협화음이 흘러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적잖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주사는 결국 `집안 싸움`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고서라도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자성과 분발의 기회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지만, 이것으로 모ㆍ자회사간 갈등이 `순방향`으로 수그러 들지는 미지수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