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장관을 백악관에서 다시 만났다.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은 2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 백악관으로 부시 대통령을 예방, 30분간 면담했다. 지난해 9월 3일 당시 윤영관(尹永寬)외교장관이 부시 대통령과 면담한 지 6개월 만이다.이로써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외교장관은 백악관을 방문하는 `새로운` 전통이 세워지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외교장관들의 부시 대통령 면담 요청이 번번히 성사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의전상의 질적 변화이다.
이번 예방은 어렵게 이뤄졌다. 11월 대선에 모든 일정을 짜맞추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외국의 장관을 만날 `짬`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반 장관이 인천공항을 떠나기 2분 전에야 `OK`사인을 통보 받았을 정도였다.
면담 자리에는 미측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ㆍ태 담당 차관보 등 6,7명과 우리측에서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 김숙(金塾) 외교부 북미국장이 배석해 노 대통령을 뺀 확대 정상회담 형식을 방불케 했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은 한국의 파병 건이 역대 외교장관들에게 굳게 닫혔던 백악관의 빗장을 연 동력이 됐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외교관은 “미 정부가 파격적인 환대로 한국 정부의 파병 결정에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지난해 한국 정부의 파병 결정을 앞두고 방문했던 윤영관 장관을 파격적 예우로 맞은 것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무언의 주문이 담겨 있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번엔 파병 결정 후 방문하는 한국 외교장관의 면담 요청을 퇴짜 놓으면 당시의 파격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지도 모른다.
속 뜻이 어떻든 우리 정부는 이번 면담에서 `한미동맹의 성숙한 표현`이라는 의미를 추려내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에 대한 초기의 껄끄러운 평가가 미 정부 내에서 씻어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다”며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한미 대통령이 모두 이라크의 선출된 지도자를 만날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배석자가 전했다.
6자회담 평가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과연 북한이 핵 폐기의 의사가 있다고 보느냐”“남북간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이뤄지며 수시로 전화로 대화하는 상황까지 갔느냐”고 물었다.
부시 대통령은 반 장관이 올해 중 한국 방문을 초청한 노 대통령의 뜻을 전하자 “올해는 굉장히 바쁠 것 같다”고 말해 선거가 최우선 순위임을 내비쳤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