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협약을 통해 ‘노조가 병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면 노조 사무실을 병원 안에 둘 수 있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 ‘병원 내에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해달라’며 제주시 H병원 운영자 이모 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편의시설 제공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사무실과 관련된 단체협약 제14조 제목에 병원시설의 이용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조합사무실은 병원 내의 사무실로 해석해야 한다"며 "병원 측은 건물 내에 노조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원 내 사무실이 없어 노조의 조합활동 및 단결권 행사가 저해돼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위자료 청구는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공공서비스노조는 2006년 12월 H병원 측과 의료연대 제주지역지부 H병원 분회 소속 조합원에 적용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병원이 2007년 1월1일까지 조합사무실을 제공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노조 측은 2007년 1월부터 병원 안에 조합사무실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병원은 건물 내에 공간이 부족해 사무실을 내줄 수 없고 대신 도보로 왕복 20여분이 걸리는 병원 밖 건물을 임차해 제공하겠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이 원외 사무실과 같은 면적의 사무실을 병원 내에 제공해야 한다는 노조의 청구를 "사무실의 구체적 장소와 면적은 병원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각하자 노조는 항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