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의 초점은 경기 회복의 여부에서 벗어나 기업 수익이 얼마나 호전되는지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실업률과 산업 재고가 줄고 생산이 늘며 소비자 신뢰지수가 상승하면 당연히 기업 수익 개선으로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4월초에 시작되는 1ㆍ4분기 어닝시즌(Earning Season)에 앞서 상장사들이 경영성과를 미리 보고하는 사전발표(Pre-announcement)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번주에는 오는 19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RB)를 개최한다.
이번에는 FR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지만,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기조(Easing Bias)'에서 '중립 기조(Neutral Bias)'로 전환할 것으로 월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이르면 5월 7일의 FOMC에서부터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은행간 콜금리가 1.75%로 40년만에 가장 낮은 수위에 있기 때문에 경기 회복이 전개되는 한 금리 정책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거시지표들은 구경제주에 대한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과 2월 산업생산은 각각 0.2%, 0.4% 증가, 지난 1년반동안의 감소세에서 완전하게 벗어났다.
또 미시간대가 발표한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5로 2월의 90.7보다 크게 상승했으며, 이는 1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JP 모건의 투자전략가 닉 사겐은 "경제 뉴스로 마음의 안정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상장회사의 1분기 수익이 나와야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매주, 금융주가 거시 지표 회복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업종이다.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도 상당하게 해소되고 있다. 시카고 옵션 거래소가 측정하는 불안지수(VIX)는 지난주에 5.7% 하락,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헤지펀드와 같이 단기투매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집단은 이 지수가 내려갈 때 숏세일을 감행하는 경향이 있어 주가 상승에 역의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구경제주 선호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거시지표의 증거들이 연일 발표되면서 뉴욕 월가 사람들은 경기 회복시 가장 먼저 이득을 보는 업종과 나중에 회복되는 업종을 구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주 한주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0.2% 소폭 상승했으나, 나스닥 지수는 3.5% 하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30개 블루칩 종목의 구경제주는 경기 회복으로 수익이 호전되고 있는데 비해 나스닥 지수의 주요종목인 기술주들의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때 굴뚝 산업이라고 천대받던 구경제주(Old Economy)가 인기를 끌고, 기술주 중심의 신경제주(New Economy)는 외면당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 유입자금이 구경제주에 몰리면서 지난주에 인터내셔널 페이퍼(제지), 듀퐁(화학), 캐터필라(기계), GM(자동차) 등 구경제 대표 기업이 52주 최고의 주가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상당한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자금 흐름 추적기관인 트림 탭스에 따르면 지난주 증권 펀드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76억 달러로 전저의 32억 달러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이번주에도 블루칩 종목에 상승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기술주 상승은 아직 멀었다
월가의 또다른 공감대는 기술주에 대한 불신이다. 통신산업을 비롯해 컴퓨터, 인터넷, 반도체등의 주가가 수익 개선 전망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했고 특정 분야에서 아직도 과잉 설비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 로라 코니글리아로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기술주 종목의 수익이 조만간 반등할 가능성이 없다"며, "거시 경제지표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산업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정보통신(IT) 산업이 오는 2003년까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며 비관론적 견해를 밝혔다.
이번주에는 퀘스트, 코닝,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노키아등이 분기 수익 전망을 발표하거나 애널리스트들과 컨퍼런스 콜을 갖는다. 게다가 19일에는 휴렛패커드가 컴팩 컴퓨터와의 합병 여부를 묻는 주주총회를 연다.
아직은 합병 반대와 찬성의 비율이 팽팽하지만, 뚜껑이 열린후 PC업계의 주가에 분수령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 증시에 팽배해 있는 기술주 기피현상은 분명한 수익 개선조짐이 나타날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