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위축되지 않는 구리

제3보(39~64)


구리는 일단 39로 버티어 보았지만 이세돌이 40으로 틀어막자 중앙 흑대마는 안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억지로 안형을 갖추려면 흑41로는 48의 자리에 가만히 보강해야 하는데 그것은 제자리걸음이므로 차마 둘 수가 없다. 구리는 41, 43으로 밀어가는 길을 택했다. 이세돌은 44로 젖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조금 심한 것 아닐까.” 이렇게 말한 사람은 사이버오로 해설실에 들어와 있던 박영훈. “끊을 테면 끊으라 이거겠지.” 오늘의 해설담당 박정상의 말이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문수학을 한 죽마고우. 박영훈이 먼저 입단하자 박정상이 ‘너 같은 둔재가 먼저 입단하다니 자존심 상한다’며 몇달 동안 두문분출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흑45로 그냥 젖힌 수는 정수였다. 참고도1의 흑1로 끊으면 백은 2에서 8로 수습하여 아무 불만이 없다. 구리는 중앙 흑대마의 안형이 무너진 터이므로 몸을 사릴 만도 하지만 여전히 씩씩하게 두고 있다. 흑53은 위험을 각오한 행마. 백가의 급소 일격이 꺼림칙하지만 그렇다고 흑53으로 가에 두는 것은 위축된 행마일 것이다. 흑55는 교묘한 활용. 백56 이하 62의 수순을 강요하고 있다. 그 수순이 두어지자 참고도2의 백1 이하 9(8은 이음)의 수단이 저절로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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