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소각허용 제2카드사태 방지
발행자격 단계완화 시장활성화 도모…위장분산등 악용 주식ABS 원칙적 폐지
이번 ABS제도 개선방안은 일차적으로 신용카드사 등의 유동성 위기가능성을 최소화 시킬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사모ABS발행과 주식ABS발행을 금지시킴으로써 부실이 발생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줄여가겠다는 점. 또 기존에 발행한 카드ABS의 부실 발생에 대해서는 부분소각을 허용토록 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겠다는 것 등에서 제2의 카드사 유동성 위기를 방지할 완충장치 마련이란 의도가 나타난다.
다만 ABS발행 기회를 억제만 할 경우 가뜩이나 자금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중견ㆍ중소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ABS 발행자격에 대한 제약조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의 균형을 맞췄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이와 관련, "ABS는 기본적으로 담보물을 전제로 발행하는 채권이라는 점에서 기업 자체의 신용도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는 ABS를 발행하는 기업에 대한 제약 자체를 없애는 것이 ABS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초동단계부터 부실 발생 가능성 차단= 부실ABS에 대한 부분소각 허용 제안 등은 무엇보다도 신용카드의 잠재위기 가능성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용의 핵심은 카드사가 ABS의 트리거(조기상환요구) 발동에 직면할 경우, 유동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사가 투자자 집회를 거쳐 ABS를 부분 소각하거나 발동여부 자체를 결정한다 점이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LG카드의 경우와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트리거 발동시 투자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설득하거나 자제를 요구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위기가 더 커졌다는 것. 김 부원장은 "ABS 조기상환은 투자자보호를 위한 기본 장치이지만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과 관련된 트리거로 인해 연쇄적으로 조기상환 요구가 있으면, 카드사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ABS의 경우 마스터 트러스터(Master Trustㆍ모든 ABS의 기초자산을 하나의 모(母)신탁에서 관리토록 하는 것)제도 도입 또는 자산보유자 계좌와의 분리를 통해, 즉시 상환이 불가능한 '혼장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금감위의 설명이다.
◇규제와 시장활성화, 두 마리 토끼 잡기= 이번 ABS제도개선은 '규제와 시장활성화'를 모두 달성하는 데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먼저 지난해 12조원에 달했던 사모ABS발행을 제한한다. 이는 기업체들이 사모ABS의 특례 조항인 조세감면 등만을 노릴 뿐, 자금조달ㆍ재무구조 개선에는 게을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주식유동화 증권도 원칙적으로 폐지했다. 그 동안 위장분산을 위해 SPC(유동화전문회사)에 주식을 보관하거나, 내부자거래ㆍ5%룰 등의 적용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동시에 취하고 있다. ABS를 통한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발행주체의 자격도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기존 신용등급 BBB등급 이상으로 제한하던 것을 신용등급 BBB 미만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행 1,000만원인 SPC의 최소 설립자본금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업자금조달, 쉽지 만은 않을 듯= ABS발행주체 제한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지만 일단 일반기업체의 자금조달도 상당부분 차단될 전망이다. 지난해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중 27조6,000억원이 ABS를 통해 조달됐다. 특히 이중 사모ABS가 전체의 43.4%(12조원)를 차지, 결국 제한되는 만큼 자금조달이 차단되는 셈이다.
물론 ABS시장 침체로 인해 현재의 ABS발행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발행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카드ㆍ은행 등의 금융권이 최근 발행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 도태호 부국증권IB사업팀장은 "최근 ABS시장 축소는 제도상의 제약 때문이라기 보다는 지난해 카드채 사태 등으로 인해 시장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사모ABS발행 제한은 일반기업의 자금조달에도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금융회사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채권 등 각종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 기업들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ABS는 AsBacked Securities의 약자.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입력시간 : 2004-06-09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