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용주의 부활이 시급하다.

김창익 정치부 기자

[기자의 눈] 실용주의 부활이 시급하다. 김창익 정치부 기자 window@sed.co.kr 김창익 정치부 기자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되는 것 아니오.” 얼마 전 출자총액제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한창일 무렵 여당의 한 의원이 기자에게 난데없이 ‘흑묘백묘론’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의 주장인 즉 출자총액제라는 게 워낙 상징성이 강해서 정부 입장에서는 없앨 수 없는 것이고 기업들은 빨리 없애야 된다고 하니 법의 형식은 유지하면서 출자총액제를 폐지한 것과 다름없는 시장상황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법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의 효력이 시장에 어떻게 미치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로 해석하면 정확할 듯하다. 출자총액제 유지가 당론으로 정해지기 전 여당 일각에서 출자총액제 완화를 추진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간단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의 말은 최근 정치권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당장에 국가보안법 문제만 봐도 그렇다. 여당은 국보법 폐지를, 야당은 결사 사수를 각각 당론으로 정하고 정면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국보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데는 양당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남북 대치상태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보법의 존재가 가지는 상징성까지 없애면 안된다는 게 야당측 입장이다. 이를 흑묘백묘론에 대입하면 국보법의 명칭은 유지하되 시대착오적 항목을 폐지 또는 개정하면 국보법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른바 ‘선별적 개정론’도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도 실용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힘을 잃고 있다고 한다. 지난 4ㆍ15 총선 직후 개최된 설악산 워크샵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 대다수는 스스로를 중도 실용주의자로 규정지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나 국보법 등 주요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모습은 실용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좌우 색깔공방이 여전한 우리 정치권에서 실용주의의 후퇴는 바로 극단의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요즘 주위 사람들로부터 “언론은 국보법 아니면 쓸 게 없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정치권은 이미 실리를 뒤로 한 채 극단의 명분싸움에 접어든 상태다. 여당은 이제라도 하루빨리 제 색깔을 찾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9-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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