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추락으로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국내 기업들이 이번에는 유가의 급상승으로 `엎친데 덮친` 이중고를 겪게 됐다. 내수 부진에 국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일부 업종은 올 하반기 실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 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국내 기업의 수지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항공ㆍ유화 등 직격탄= 송영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 해운, 자동차, 반도체 업종 등은 유가 상승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달러대비 원화환율 하락의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겠지만, 유가 상승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돼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유화업종은 `원유가 상승-)주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원재료 비용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9월말부터 중국 등의 수요 감소로 비수기에 진입, 연말까지는 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원료 가격 상승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항공업종도 직격탄을 맞았다. 남옥진 대우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대비 유류비 비중이 10% 정도인 해운회사보다 유류비 비중이 20% 정도를 차지하는 항공회사의 수익성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올라갈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250억~28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차익 등으로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혔지만, 불과 며칠새 먹구름을 만난 셈이다.
◇자동차, 가전 등에도 부정적= 자동차 업종은 과거 사례로 볼 때 단기적인 유가 상승이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피해를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매출과 이익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올라갈 경우 기름값 상승으로 신규 수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송영선연구원은 “유가상승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요가 감소해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유가 상승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수 위축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지 악화를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선ㆍ정유는 콧노래= 조선 업종의 경우 유가상승이 유전 개발 심리를 자극하고, 유조선 발주 증가 등으로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양 플랜트 수요가 유가상승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정유도 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일정 부분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이밖에 철강 등은 그리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기기자, 손철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