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34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은 4ㆍ4분기 매출 및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환율 급락이 미국 등 G7의 강력한 아시아통화 절상압력에서 비롯된 까닭에 단기간 적자수출을 통해 감내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수출시장은 유일한 출구였다”며 “이미 최근의 환율 급락으로 가격경쟁력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으며 연말 무역수지 및 경영실적 관리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불안함을 숨기지 않았다.
◇기업 실적 하락 우려= 삼성증권에 따르면 주요 22개 상장 제조업의 경우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영업마진 1.3%, 순이익은 11.9%나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대내외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대기업의 실적마저 하락, `경제상장률 2%대 추락`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원화환율 하락이 예고돼 있었지만 절상 속도가 이처럼 가파를 경우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중국 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는 수출기업들로선 환율이 1달러당 1,2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미 가격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라며 “전자, 철강, 조선분야의 우량 기업들도 환율 하락폭이 빨라지면 이익폭이 그만큼 줄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원가절감 및 구조조정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 해외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유럽 지역으로 수출 비중을 늘리고 유로화 결제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환율 급락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업체들의 대응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 1,160원 이하로 떨어지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수출 가격을 올리는 것도 1년에 한번밖에 할 수 없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원화 절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 현재 원화는 지난해 1월초 대비 9.9% 하락했으나 주요 경쟁국인 일본은 5.5%, 타이완은 3.0% 하락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 위앤화가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일부 외국계 투자기관의 예상처럼 1,100원대까지 환율이 폭락할 경우 중국 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에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특히 중국ㆍ말레이시아 등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 개도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의류ㆍ직물ㆍ가죽ㆍ생활용품(완구ㆍ인형) 부문의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