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연말에 찾아 온 사랑영화 두 편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짝사랑의 아픔을 유쾌하게 풀어 낸 영화 '저스트 프렌드'.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가 볼만하다

바야흐로 연인들의 계절 겨울이다. 거리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들뜬 마음들이 넘치고 팔장끼고 혹은 손을 꼭 쥔 연인들은 추운 손을 호호 불어주면서 거리를 걷는다. 이런 때일수록 극장가에도 로맨스 영화가 넘치기 마련. 마침 극장가에서도 크리스마스용 로맨틱 코미디를 속속 개봉하고 있다. ‘러브 액츄얼리’같이 포근하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처럼 친근하며,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상큼한 이런 영화들. 여기 소개하는 두 편의 기분 좋은 영화를 보며 연인과 행복한 두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로맨틱 홀리데이-낯선 공간·낯선 사랑…'일상탈출' 쾌감 극화 하루하루 쳇바퀴 돌 듯 같은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휴가란 일상탈출의 거의 유일한 통로다. 그래서 휴가 때면 사람들은 떠난다. 자기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은 모두다 남겨두고 전혀 새로운 세계로. 혹시 그곳에서 아름다운 연인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운이 있을까? ‘로맨틱 홀리데이’는 이런 사람들의 환상을 그래도 스크린에 올려놓은 듯한 영화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왓 위민 원트’ 등으로 여성관객에게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이런 일상탈출의 꿈을 현실로 그려낸다. LA에 살고 있는 여자 아만다(캐머론 디아즈). 영화예고편 제작자인 아만다는 뛰어난 능력과 ‘일중독’이라 불릴 정도의 열정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연애에는 속수무책. 그녀의 일 중독에 지친 연인이 바람을 피운다. 충격받은 아만다. 4년 만에 휴가를 얻어 일상탈출을 노린다. 영국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여자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 3년간 짝사랑하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심한 실의에 빠진다. 그녀 역시 탈출이 필요하다. 이렇게 변화가 필요한 두 명의 여자가 인터넷에서의 인연을 바탕으로 ‘홈 익스체인지(집바꾸기)’를 한다. 바로 2주동안 서로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이제 아만다는 눈 덮힌 영국의 설경을 배경으로 아이리스의 오빠 그레엄(쥬드 로)와 로맨스를 시작하고, 아이리스 역시 아만다의 친구인 마일즈(잭 블랙)과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참 쉬우면서도 예쁜 이야기다. 영화엔 낯선 곳의 공포도 없고,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사랑의 위기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짜릿한 연애를 할 뿐. 어쩌면 현실적인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인 ‘일상탈출’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포근하기만 한 로맨스가 더없이 반갑다. 할리우드의 정상급 배우들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인된 꽃미남, 꽃미녀인 캐머론 디아즈, 쥬드 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믹 배우로 이름난 잭 블랙의 선한 미소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케이트 윈슬렛의 발랄함이 더해진다. 순박하고 사람 좋은 시골 처녀 같은 모습으로 분한 그녀의 모습은 ‘제2의 브리짓 존스’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저스트 프렌드-짝사랑의 아픔 유쾌하게 풀어…조연들 연기볼만 짝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말 중 하나가 “넌 나의 좋은 친구”라는 말이다. 마음을 바쳐 사랑하는데 고작 연인에게서 돌아오는 것은 우정뿐이라니. 짝사랑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그 황망한 마음의 상처는 넓고 깊다. ‘저스트 프렌드’는 로맨스나 멜로의 고전인 이런 ‘말 못할 사랑’이야기를 코미디로 승화시킨 영화다. 친구의 우정을 사랑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은 크리스(라이언 레이놀즈). 고등학교 시절 뚱뚱한 몸으로 주변의 놀림을 받던 그에게는 평생 사랑하는 한 여인이 있다. 제이미(에이미 스마트)가 그 사람. 하지만 그녀는 뚱뚱한 그를 전혀 남자로 보지 않는다. 볼에 어여쁘게 뽀뽀를 해주며 “꼭 친오빠 같아. 넌 참 좋은 친구야”라고 말할 뿐이다. 고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인생에 독기를 품은 크리스. 피나는 노력으로 살을 빼고 멋쟁이 바람둥이로 변신한다. 그렇게 새사람이 되서 10년 만에 찾은 고향. 그곳에서 그는 그저 ‘좋은 친구’기만 했던 옛 연인의 사랑을 얻고자 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넘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발에 맞지 않는 스케이트를 타고 악동 꼬마들과 아이스하키를 하기도 하고, 평소 즐겨보지 않던 멜로 영화를 보며 거짓 눈물을 흘리는 등 온갖 분투를 한다. 그의 이런 좌충우돌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제값을 한다. 이런 주인공의 분투에 양념을 가하는 것은 영화의 개성 넘치는 조연들. 제이미를 짝사랑하는 괴상한 성격의 여가수 사만다(안나 페리스), 사만다의 열혈 팬으로 가는 곳곳마다 문제를 일으키기 바쁜 문제아 동생, 만년 소녀 같은 제이미의 엄마, 그리고 두 주인공 사이에 끼여들어 애정을 가로막는 더스티(크리스 클라인)까지 나오는 조연들 모두에 코미디에 걸맞는 개성과 매력이 있다. ‘저스트 프렌드’는 이렇게 독특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모여 온갖 한바탕 난장을 늘어 놓는다. 하지만 이런 유머들이 짝사랑이라는 공감 가는 설정을 바탕으로 진행되기에 슬랩스틱 코미디 특유의 억지 웃음이 한결 적다. 누구나 짝사랑은 한번쯤 해보았을 터이기 때문에, 또 짝사랑 빠진 사람들은 누구라도 그런 바보 같은 일을 조금씩은 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기꺼이 그의 온갖 ‘뻘짓’에 공감해준다. 또한 그렇게 때문에 ‘저스트 프렌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예쁜 로맨스영화로도 제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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