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점화 되는 '오일쇼크'] <8> 시장 흔들 새 변수

원유 둘러싼 갈등 본산지 바뀌나<br>"불씨는 중동서 韓·中·日로"<br>미래 석유공급시장, 중동·러 2강체제 굳어질듯<br>한국등 3국 모두 의존도 높아 치열한 쟁탈전<br>치밀한 에너지정책 없으면 '넛 크래커' 될수도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과 일본ㆍ중국 등 동아시아 3개국이 중동 지역을 능가하는 지정학적 불안지역으로 변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원유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의 본산지가 현재 이란 등 중동에서 한ㆍ중ㆍ일 3개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외 에너지기관의 전망을 보면 이 같은 암울한 분석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주요 소비국인 한ㆍ중ㆍ일 등 동아시아 3개국이 제1의 석유 산유국인 중동과 최고 자리를 넘보는 러시아를 대상으로 앞으로 피를 튀기는 원유 확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숙명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3개국 모두 중동과 러시아가 주요 석유 공급원이다. 현재 이란 핵사태 등 중동발 뉴스가 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면 미래는 한ㆍ중ㆍ일 등의 자원 쟁탈전 소식이 세계 원유시장을 흔들며 고유가를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치밀한 에너지정책 없이는 중국과 일본 등 신흥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한국이 넛크래커 신세로 전락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미래 석유 공급시장, 중동ㆍ러시아 2강 체제=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오는 2020년 석유 공급 전망을 보면 비(非)OPEC과 OPEC 비중동 국가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OPEC 국가 중 중동은 현재보다 더욱 막강한 공급자 지위를 누릴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내용을 보면 비OPEC 국가들의 석유 공급은 지난 97년 하루 4,200만배럴에서 2010년 4,690만배럴, 2020년 4,610만배럴로 점차 감소하고 OPEC 비중동 국가는 2010년 1,360만배럴에서 2020년 1,510만배럴로 11.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IEA는 분석했다. 이에 비해 OPEC 중동 국가들의 원유 공급량은 2010년 3,050만배럴에서 2020년 4,670만배럴로 무려 53.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중동 국가 비중도 2010년 32%에서 2020년 41%로 9%포인트 늘어나는 등 중동 국가의 파워는 갈수록 세지는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제2의 산유국인 러시아는 석유 증산과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 등으로 중동 국가를 제치고 제1위의 산유국으로 부상할 태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를 고려할 때 미래 석유 공급시장은 중동과 러시아의 2강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ㆍ중ㆍ일 등 3국, 중동ㆍ러시아 의존도 높아=중동과 러시아 2강 시스템 구축은 우리에게 험난한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ㆍ중ㆍ일 등 3개국 모두 석유에 있어 중동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동 지역 원유 수입의존도는 2003년 79.5%에서 2004년 78.1%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81.8%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일본도 대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86.8%로 중동은 한국보다 일본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중국 역시 49.5%의 석유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대중동 원유 의존도가 미국은 23.4%, 독일 9.6%, 프랑스가 27.9% 등인 것을 감안할 때 한ㆍ중ㆍ일의 원유 의존도는 무척 높다. 이는 거꾸로 중동 지역의 원유 확보를 놓고 전세계 국가 중 한ㆍ중ㆍ일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설상가상으로 차세대 최대 원유 공급원으로 부상할 러시아를 놓고 한ㆍ중ㆍ일은 필연적인 싸움이 불가피하다.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볼 때 러시아 지역 석유 수입이 한ㆍ중ㆍ일 3국에 모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에 따라 러시아와 공동으로 동시베리아에 대한 원유개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맺으면서 자원개발 등에 공동 노력하기로 발을 담가 놓은 상태다. 중국도 원유 확보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구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노선을 놓고 현재 벌이고 있는 한ㆍ중ㆍ일 3개국의 다툼은 조만간 외교ㆍ통상전쟁으로 비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중동과 러시아. 석유 공급자로서 이들 국가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한ㆍ중ㆍ일의 석유 확보는 전쟁을 방불케 할 수밖에 없다. 파워가 강해질수록 한ㆍ중ㆍ일 입장에서는 중동ㆍ러시아 외에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석유 시장은 현재 이 방향으로 굳혀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