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농촌살리기' 정책 표류

예산당국-농림부 상호조정안돼 겉돌아최근 개방확대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과 쌀 재고 과잉으로 농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농림부가 농업ㆍ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예산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정책들이 잇달아 표류하고 있다. 농림부는 농업ㆍ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휴경(쌀 농사 쉴 경우 보조금 지급)'과 '농가빈집 구입시 양도소득세 면제'등 제도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예산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산당국이 농정이라는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가운데 농림부도 임기응변식으로 접근하거나 치밀한 사전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부는 최근 김동태 농림부장관이 장승우 기획예산처장관에게 휴경 예산을 요청했으나 예산처는 '시장논리에 위배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농림부는 심각한 쌀 재고를 해결하고 일정부분 가격지지를 위해 휴경이 불가피하며 비용도 재고처리보다 적다고 보고 있다. 100만석 정도가 생산되는 3만㏊를 휴경할 경우 ㏊(3,000평)당 300만~35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모두 1,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이는 100만석에 대한 재고 처리비용(2,500억~2,700억원)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처는 '쌀 재고 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이란 내부문건에서 "농림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구본진 예산처 농림해양과장은 "일본도 휴경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앞으로 휴경이 중장기 차원에서 큰 재정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지주들이 임차인으로부터 논을 회수하는 등 분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산처가 부정적으로 나오는 이면에는 농림부가 올 초 휴경방침을 흘리다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 이후 추진으로 급 선회한 뒤 최근 다시 농어촌특별위원회와 상의 없이 재 추진하는 등 혼선이 빚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농림부는 또 소득보전직불제(올해 생산되는 쌀부터 가격이 지난 3년간의 평균치보다 하락하면 7할 보전)에 소요되는 보조금 만큼 추곡수매를 줄인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처는 내심 대폭 축소에 이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민들이 농촌의 빈집을 사서 민박이나 별장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농촌투자정책도 농림부와 재정경제부의 정책조정 미흡으로 표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촌 빈집이 24만호(전체 농가의 7.8%)나 돼 사회문제화 된 데다 정부가 철거비용으로 한집 당 30만원이나 지원(총 680억원 소요)하는 상황에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세대2주택 양도소득세 부과와 높은 취득세ㆍ재산세ㆍ종토세를 개선해줄 것을 요청 받은 재경부는 '투기우려'를 들어 요지부동이다. 정학수 농림부 농촌투자국장은 "수도권 이외 면 지역부터 실시하고 규모도 연건평 100평ㆍ대지 200평 미만으로 제한하면 투기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용민 재경부 재산소비세심의관은 "투기목적으로 빈집을 사 방치할 수 있고 농민들이 도시에 집을 샀을 때 세제혜택 여부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일축했다. 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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