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시재개장 불구 정상거래 힘들듯

[주간 월가동향] 투자 안정감 상실로 첫날 큰폭하락 불가피 뉴욕 금융시장의 심장부가 테러 공격에 의해 잿더미가 된 후 4일 동안 휴장했던 뉴욕 증시가 17일 개장한다. 시카고 채권시장과 선물시장 상품 시장은 사건 이틀후인 13일에 개장했지만, 뉴욕 증권거래소(NYSE)는 훼손된 전산과 통신, 수도 등 시설을 정상화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번 주 월요일에 증시가 개장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정상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월가에 근무하는 10여만명의 금융인, 3,000명의 NYSE 직원들이 완전 무장한 경찰 저지선의 보안점검을 통과하는데 애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와 그 주변의 금융센터 등에 입주했던 금융기관은 사무실을 잃었거나 비워야 하기 때문에 어림잡아 뉴욕 월가의 투자기관 중 절반이 정상적인 근무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뉴욕 월가의 주식 거래가 심리적 안정감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모건 스탠리와 캔터 캔터피처럴드 등 주요 투자회사의 본사들이 무너진 빌딩에 입주해 있었기 때문에 투자 정보가 상실돼 이들 회사에 돈을 맡겨 놓었던 투자자들이 대거 돈을 찾기 위해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세계무역센터나 금융센터에 입주해 있던 많은 투자회사들이 다른 지역에 본사 또는 지점을 두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신탁자금 회수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 불확실성과 불안 극복이 관건 이번 주 뉴욕 증시의 가장 큰 관심은 불확실성과 불안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질 우려가 높고, 사상 처음으로 본토가 공격당한 후 반격에 나서는 미국의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많은 기업들이 3분기 실적 경고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주 몇몇 거시경제지표들이 일제히 경기 악화를 예고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익 발표가 증시 불안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번 주에는 본사 건물이 사라진 모건스탠리를 비롯, 페덱스, 나이키 등이 3분기 실적 중간발표를 위한 컨퍼런스콜이 예정돼 있고, 지난 주에 발표하려던 기업들이 증시 재개장과 동시에 대거 분기 실적을 투자자들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개장에 앞서 미국 1위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3분기 경영실적을 경고, 이번 주에 발표될 기업들의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고했다. 기업들의 영업은 대참사 이전부터 위축되고 있었는데, 테러 후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 2위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가 그 대표적이다. 포드 자동차는 3분기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2개의 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부품의 조달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철저한 검문검색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평상시 생산대수의 10% 가량 물량을 당분간 생산하지 않을 작정이다. 제너럴 모터스(GM)이나 크라이슬러도 공장 가동을 부분 중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주에는 17일 산업재고(7월), 18일 소비자물가지수(8월), 19일 베이지북과 무역통계, 20일 신규주택 건설 동향 등 거시 통계가 발표돼 미국 경제 진단을 가늠케 할 전망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역사상 초유의 테러 참사를 겪은 후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들 통계의 실측치 이하로 경제를 전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뉴욕 증시의 관건은 재개장 첫날인 17일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점이다. 사건 직후 뉴욕 증시는 폐장해 있었고, 투자자들의 심리적 패닉을 진정시킬 시간적 여유를 벌었지만, 심리적 불안이 상존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대(對) 테러 전쟁의 진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 유럽증시 폭락 재개장 첫날 뉴욕 증시는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증시가 지난 주 독일 12%, 프랑스 11% 하락했고,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일시적인 거래 중단조치가 취해졌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지난 87년 뉴욕 증시가 대폭락한 '블랙먼데이' 때의 낙폭보다 큰 폭이다. 뉴욕 증시도 개장과 동시에 큰 폭의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주 이틀동안 개장한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대거 재무부채권(TB) 단기물에 몰려 수익율이 폭락하고, 가격이 폭등했다는 사실은 리스크가 높은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와 안전한 수익을 보장하는 국채로 자본이 대 이동할 것임을 예고했다. 문제는 14년전의 대폭락이 발생할 경우다. 미국의 언론들은 주가가 폭락할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즉각 개입, 금리를 0.5% 포인트로 인하하고, 연방은행 금고의 돈을 푸는 등 비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월가의 은행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내부적인 조율을 했다고 한다. 연방 중앙은행과 월가의 투자기관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힘을 합쳐 극복해나가느냐 하는 중차대한 시기가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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