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서관 주간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우리 선조들은 농사일에서 비교적 한가해진 겨울이나 비오는 날을 책 읽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특히 눈 내리는 밤, 문을 잠그고 금서(禁書)를 읽는 것이 사대부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성리학자 김창흡은 책의 포장을 뜯는 순간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여겼는가 하면 영의정 송준길은 빌려준 책을 되돌려 받을 때 보풀이 없이 깨끗하면 다시는 상종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주창한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서 사형 집행되던 날, 읽던 책을 마저 끝내느라고 집행이 예정 시간보다 15분 연기된 일화도 있다.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장교 위베르는 “아무리 가난한 집도 책이 있고 글을 못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실로 감탄스러우며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다”고 우리나라 인상기를 남겼다. 이처럼 세계 어느 민족보다 문맹률이 낮고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인가 책을 멀리하는 풍조로 바뀌어가고 있다.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일본의 절반인 월 평균 0.8권이며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어른이 22%나 된다는 부끄러운 통계가 있다. 인구 11만명당 도서관 하나라는 열악한 도서 인프라는 OECD 중 꼴찌이다. 우리 중앙정부의 도서 구입비가 미국 하버드대학의 33%에 불과한 형편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게다가 주입식 교육 탓인지 학교를 벗어나 일단 사회에 나오면 책과는 담을 쌓는 경우가 많으며 그나마 독서도 비즈니스나 컴퓨터 등 실용서에 매달릴 뿐 문학ㆍ역사ㆍ철학ㆍ종교 등 삶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책들은 홀대받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즉흥적이고 단선적인 것은 삶의 깊이를 천착하는 ‘읽기’보다는 감각적인 영상물의 ‘보기’에 몰입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서는 어렸을 때부터 습관화돼야 한다. 영국의 야들리 그린 병원이 생후 8개월 정도 된 어린이의 청각검진을 하고 이상이 없으면 엄마에게 독서 요령과 그림책 선물 꾸러미를 준 데서 시작한 북 스타트 운동이 세계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채로부터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자라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세계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에서 기르자’는 표어를 내건 올해의 도서관 주간이 지나가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년 내내 독서 캠페인을 벌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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