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롯데마트 영업 손실 미스터리

<strong>3분기 실적발표에 시장의 관심 쏠려</strong>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연중기획 ‘30대 그룹은 지금’ 2015년 11월호 하위 콘텐츠로 실린 기사입니다.>

▶롯데마트가 올해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해외사업에 이어 국내 사업마저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총 영업 손실액이 4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마트의 국내 사업 영업 손실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미스터리로 통한다. 올해 롯데마트의 실적 부진을 예상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국내 사업 영업 손실은 의외라는 평가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수년 전부터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던 롯데마트가 최근에는 턱밑까지 개흙이 차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비심리 부진과 대형마트 규제 등의 이유를 들어 영업 환경 문제라고 면피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경쟁사인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실적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영업 환경은 3사가 동일한데 롯데마트 혼자서만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까지 나온 올해 실적은 부진을 넘어 처참한 수준이다. 매년 적자 폭을 늘리고 있는 해외사업에 이어 올해 2분기에는 국내 사업 실적도 적자로 전환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해외사업에서 낸 영업 손실을 국내 사업 수익으로 메워왔던 롯데마트였기에 국내시장에서의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 롯데마트는 해외사업에서 330억 원, 국내 사업에서 70억 원 영업 손실을 내 총 영업 손실 합계가 400억 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성수기인 3분기에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한다 해도 올해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률은 대폭 하락할 것이란 게 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시장 일각에선 올해 롯데마트의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 손실 규모 더 커지는 해외사업

2007년부터 시작된 롯데마트의 해외사업은 올해로 8년째를 맞았지만, 도무지 수익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영업 손실 폭은 더 커지고 있다. 2011년 270억 원이었던 해외사업 부문 영업 손실액은 2013년 83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영업 손실 규모가 1,000억 원을 훌쩍 넘어 1,410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점포당 연간 영업 손실 규모는 2011년 2억 2,000만 원에서 지난해 9억 3,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중국시장에서의 영업 환경 악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도 할인점 성장률이 꺾이는 추세거든요. 게다가 유통업은 해외 기업이 로컬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은 업종 가운데 하나죠. 시장에는 롯데마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억 원대 이상의 해외사업 부문 영업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는 곳이 많아요. 큰 폭의 해외사업 부문 영업적자가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롯데마트가 해외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출점한 곳이다. 롯데마트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점포는 2014년 기준 총 151개인데, 이 중 103개가 중국 점포다. 중국시장은 최근 영업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중국에선 거의 매년 임대료와 인건비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매년 고정비가 늘어난다는 뜻이죠. 그런데 고정비가 증가하는 속도를 실적이 전혀 못 따라가고 있어요.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최근에는 중국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미스터리한 국내 사업 영업 적자

롯데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미스터리로 통한다. 2분기 실적이 안 좋을 줄은 알았지만, 영업 손실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롯데마트 측은 의무 휴업 강제·소비 부진·메르스 등의 영업 환경 악화와 매장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Lease Back·자산을 매각함과 동시에 다시 임대 계약을 맺어 재사용하는 운영 방식) 정책으로 인한 추가 임차 비용 발생,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반 비용 증가 등을 2분기 영업 손실의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영업 손실이 난 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특히 2012년부터 시작된 의무 휴업은 그 강도 면에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어 올해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에서 2014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면 의무 휴업 일수가 늘어나거나 강제성이 커져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2014년과 2015년은 큰 차이가 없어 유독 도드라지는 올해 실적 부진을 설명하는 근거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메르스 영향 역시 지난해 비슷한 시기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 부진이 있었기 때문에 상쇄되는 면이 있다.



세일즈 앤 리스백을 통한 임차 비용 증가는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영업 손실로까지 내몰릴 만큼 큰 충격이었느냐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붙는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세일즈 앤 리스백 정책으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건 맞지만, 세일즈 앤 리스백 점포가 그리 많은 건 아니었어요. 롯데마트가 모든 점포를 세일즈 앤 리스백으로 전환한 것도 아니고 고작 몇 개 돌린 건데, 그런 상황치곤 실적이 너무 많이 빠졌어요.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롯데마트처럼 몇 개 점포를 세일즈 앤 리스백 매장으로 전환했지만, 롯데마트처럼 실적이 과도하게 주저앉지는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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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각각 8개, 4개 매장을 세일즈 앤 리스백 매장으로 전환했다. 전환 매장 수는 롯데마트가 2배 더 많지만, 입점 위치나 매장 면적에 따른 임차 비용 차이를 고려하면 실제 임차비 지출 금액은 2배에 훨씬 못 미칠 확률이 높다. 백화점은 노른자위 땅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점포당 면적도 마트보다 훨씬 더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롯데쇼핑의 각 사업 부문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을 보면, 롯데마트(-64.3%)가 롯데백화점(-24.6%)에 비해 훨씬 더 큰 하락 폭을 기록해 의문을 남겼다.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둘 다 올해 추가로 세일즈 앤 리스백 전환을 한 매장은 없었다.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반 비용 증가 역시 롯데마트 영업 적자의 이유로는 부족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그동안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많이 떨어졌던 건 사실입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롯데마트도 최근 신선식품 매입 구조를 변경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고요. 롯데마트 측에선 좀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가져오기 위해 자사의 마진을 희생했기 때문에 영업 손실의 원인이 됐다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솔직히 수긍이 가지는 않습니다. 매장에 좋은 신선식품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야 경쟁사들도 하는 건데, 롯데마트 혼자만 영업 손실까지 감수하는 ‘유독’ 높은 유통 마진을 뒤집어쓸 이유는 없잖아요.”

다른 시장 관계자는 덧붙인다. “시장에서도 무척 궁금해하고 있어요. 도대체 왜 그렇게 실적이 안 나왔는지 말이에요. 이런저런 걸 다 고려해서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100~200억 원대 영업이익은 너끈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적 발표 전 시장 컨센서스는 이보다 더 높았고요. 그런데 뜬금없이 영업적자라고 하니 시장에선 황당해하죠. 롯데마트의 최근 영업 손실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수익성 악화의 근본적 배경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론 롯데마트가 처한 배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롯데마트는 영업 환경이 악화되거나 돌발 악재가 출현했을 때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롯데마트가 후발주자인 까닭에 태생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롯데마트가 후발주자이다 보니 입점 상권이 경쟁사들보다 좋지 못합니다. 롯데마트는 경쟁사들에 비해 한참 늦게 시장에 진입했어요. 롯데마트가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땐 좋은 상권은 이미 이마트가 거의 다 선점했고, 나머지도 홈플러스가 많이 가져간 상태였죠. 그렇다 보니 롯데마트는 지방상권 위주로 많이 꾸리게 됐고요. 이는 롯데마트의 점포 당 매출이 경쟁사들에 비해 낮게 나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에 비해 점포 수도 적고, 점포 입지에서도 밀리다 보니 당연히 뒤처질 수밖에요.”

롯데마트는 1998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1993년 영업을 시작한 업계 선두주자 이마트에 비해 5년이나 늦은 출발이었다. 1998년은 이마트가 식품가공센터를 오픈하는 등 질적인 성장으로 마트 운영 패러다임을 서서히 전환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양적·질적으로 초기 격차가 상당했던 셈이다. 이후 국내 할인점 시장이 커지면서 마트업계 전체가 큰 성장을 이뤘지만, 롯데마트는 이 초기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2015년 현재 마트 3사가 운영 중인 국내 점포 수는 이마트가 148개, 홈플러스가 140개, 롯데마트가 116개이다.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각 사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각각 28.7%, 25.1%, 15.7%이다. 롯데마트와 경쟁사들의 점포 수 차이에 비해 시장점유율 차이가 더 크게 나는 건 롯데마트 매장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신선식품 투자 성과는 언제부터?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부 상품의 경쟁력이 경쟁사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건 시장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출발이 늦은 롯데마트가 규모의 경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양적인 성장에 집착하고 있을 때, 경쟁사들이 먼저 질적 위주의 성장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마트가 부랴부랴 신선식품 관련 투자를 늘린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시장에서도 최근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 행보에 대해 ‘더 이상의 격차는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롯데마트가 영업 손실을 본 2분기를 보면 업계 1위 업체인 이마트의 실적도 나쁘긴 나빴어요(메르스 영향). 롯데마트가 훨씬 더 나빠서 주목을 덜 받은 것뿐이죠. 그럼 왜 롯데마트가 훨씬 더 나빴을까요. 롯데마트가 경쟁력이 떨어지거든요. 쉽게 말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못 받는다는 얘기예요. 롯데마트는 지금에서야 신선식품 경쟁력을 올리겠다고 이것저것하고 있는데, 그건 마트 선두 업체인 이마트가 벌써 3, 4년 전부터 하고 있던 것들이에요. 롯데마트가 상품 구색이나 질에서 밀리다 보니 업황이 안 좋을 때 실적에서 더 많은 출혈을 일으킨 거죠. 롯데마트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상품 경쟁력 강화에 들어간 거고요. 이번 신선식품 관련 투자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관련 투자를 늘린 만큼 내년부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형표 롯데마트 홍보 책임은 말한다. “예전보다 품질이 확실히 올라갔으니 소비자들의 반응도 뒤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롯데마트 신선식품이 좋아졌더라’는 인식이 퍼지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본격적인 반응은 아마 내년 정도나 돼야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마트에선 보통 어떤 투자나 정책이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올해 초부터 공을 들이기 시작했으니 내년 초부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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