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더 뜨거워진 핀테크 열풍] "핀테크,10년후 소비자금융 60% 잠식"… 금융사, 사활건 선점경쟁

하나금융 원큐(1Q)브랜드 앞세워 시장 주도권 노려



"10년 후에는 핀테크 업체가 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수익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글로벌 뱅킹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추정했다. 소매금융 부문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핀테크 업체들의 기술우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게 맥킨지 측의 설명이다.

금융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금융사들이 잇따라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에 나서고 관련 업체를 육성하는 연구소(lab)를 만드는 것은 어떻게서든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시장의 판도는 점점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카카오나 네이버 외에도 삼성이나 애플·구글과 같은 글로벌 업체가 핀테크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졸면 죽는다'는 정보기술(IT) 업계의 격언이 금융시장에도 들어맞는 모습이다.

시중 금융사들은 핀테크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에서는 핀테크 시장에서 밀려나면 시장 지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절박함까지 느껴진다.

핀테크 부문에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13일 하나멤버스 출범 간담회에서 "각 금융사들이 장점이 있지만 하나금융은 핀테크 부문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대대적인 선언을 했다. 실제 하나금융은 스마트폰용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출시하는 등 핀테크 부문에서의 노하우가 상당하다. 소매금융 부문의 낮은 경쟁력을 메우기 위해 핀테크 분야에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투자한 덕분이라는 것이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특히 향후 핀테크 관련 서비스에는 '원큐(1Q)'라는 브랜드를 붙이는 등 핀테크 부문에서만큼은 '하나금융이 앞서간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계열사 간 포트폴리오 구성이 잘돼 있는 신한금융의 핀테크 전략은 시장 추세를 보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패스트 팔로잉'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물론 네이버 등 기존 IT 업계 강자와의 협업을 통한 성장전략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한 상태다. 특히 국내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를 보유한데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탄탄한 만큼 핀테크와 관련해서는 어떤 금융사보다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신한금융 내부의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서도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현재의 인터넷뱅킹 서비스와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맞춤대응을 할 방침이다.

KB금융은 핀테크와 접점이 가장 많은 리테일 부문에서 최강자로 분류되는 만큼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할 계획이다. 여러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KB핀테크허브(HUB)센터를 통해 생체인식 외에 향후 KB손해보험 등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관련 기술에도 관심을 보이며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지주 산하의 은행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핀테크 시장에서 비교적 너른 보폭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핀테크 부문에서 기존 서비스보다 반걸음 정도 앞선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고객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 기반의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 '위비뱅크'다. 우리은행은 선뜻 와 닿지 않았던 핀테크를 고객 눈높이에 맞게 내놓는 등 '생활형 핀테크'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핀테크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리더십이 핀테크 분야에서 십분 발휘되고 있다는 평이다.

단 이들 금융사의 약점도 상대적으로 뚜렷한 편이다. 하나금융 및 신한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해 핀테크와 관련한 다양한 실험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파괴력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 KB금융은 아직 핀테크 부문에서 특장점 있는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은행 범주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내놓기가 힘들다.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지분투자까지 하고 있는 것은 핀테크 시장 판도 변화와 관련해 드는 보험의 성격도 있다"며 "개인 간(P2P)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 등 틈새를 공략하는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및 기업금융을 제외하고서는 예전과 같은 비교우위를 가지기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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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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