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정치가 경제를 건드려선 안된다… YS는 시장경제 신봉자"

■ YS와 함께한 경제관료들

왼쪽 사진부터 이경식 전 경제부총리,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박재윤 전 장관, 이석채 전 장관/=연합뉴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함께했던 경제관료들은 금융실명제 등 YS가 단행했던 경제개혁 조치들이 임기 말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빛이 바랜 것을 안타까워하며 재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경제를 존중했던 YS의 확고한 소신을 높이 평가하고 인간적인 풍모가 많이 그리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YS 영결식이 열린 26일 이들 문민정부 경제관료들은 YS가 쓴소리도 열린 귀로 듣고 통 크게 결정하고 지지해준, 경제개혁 마인드가 뛰어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YS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았던 박재윤 전 통상산업부 장관은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YS는 시장경제 신봉자로서 '경제는 정치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며 "전두환·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서도 기업들의 과거와 책임은 묻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경제를 잘 모르고 간과했던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누구보다 경제를 중시했던 분"이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대선 6개월 전 경제특보를 맡아달라고 연락을 받고 이때부터 동료 교수 등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YS 경제정책의 밑그림인 '신(新)경제 100일 계획'과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짰다.

YS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이자 임기 말 한국은행 총재였던 이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금융실명제의 실행 결단부터 준비, 시행 과정에 대해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 전 부총리는 "금융실명제 준비를 지시하면서 '비밀을 꼭 지키라'며 보안 유지를 철저하게 당부하셨다"며 "발표 때까지 영부인과 현철씨 등 가족들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특히 "경제 사안을 개별로 안 보고 큰 그림을 보면서 한 번 결단하면 바꾸지 않는 대단한 분이었다"며 "금융실명제를 하면 경제성장률이 1~2%포인트까지 떨어지고 국회·언론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보고했는데도 '(필요하면) 해야지, 어쩔 수 없다'며 밀어붙이셨다"고 회고했다.

YS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 흔히 경제실명제를 가장 큰 공으로, IMF를 가장 큰 과로 꼽는다. 하지만 YS와 함께했던 경제관료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제수석을 지냈던 이석채 전 KT 회장은 "금융실명제 외에도 재정개혁과 정보통신(IT)에 대한 YS의 의지와 실행력은 남달랐다"고 말했다. YS는 취임 직후 재정개혁을 위해 공무원 정원 및 급여를 동결했다. 농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곡 수매가는 임기 동안 4% 한 번 올리고 내내 동결했다. 문민정부를 표방하며 국방 분야에 투자했던 비용은 경제 쪽으로 돌렸다. 당시 경제 부문 예산은 국방 부문의 두 배에 달했다.

이 전 회장은 "특히 1993년 12월 정부조직 개편에서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하고 경제관료들을 대거 이동시켜 IT 강국의 초석을 놓은 것은 혁명적 발상"이라며 "PCS 통신장비를 수출 성장동력으로 삼고 초고속 인프라를 깔아 오늘의 삼성전자와 IT 코리아를 만든 것은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IMF 외환위기 역시 YS의 혼자만의 책임으로 지워지고 있다"며 "외환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역사가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관료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에게 일을 맡기고 뚝심 있게 지지해준 YS의 리더십과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할 얘기가 많았다.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는 "정치를 오래 해서인지 남의 말을 열린 귀로 듣고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면 바로 이해하고 추진했던 분"이라며 "금융실명제를 발표하고 난 뒤 단둘이 칼국수를 놓고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탁월한 경제개혁 마인드를 갖춘 분으로 재임기간 내내 특정 지역을 편애하는 정책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재윤 전 경제수석도 "일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물론 참 다정다감하고 정이 많았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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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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