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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주도권 등을 놓고 청와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자기 정치'가 막을 내렸다.
김 대표는 13일 서울공항으로 나가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항복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공천 룰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던 지난달에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 간 박 대통령을 배웅하지도, 마중하지도 않았다.
김 대표가 청와대와 맞설 뜻이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난주 감지됐다. 김 대표는 지난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한 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김 대표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국정화 드라이브에 앞장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주 말에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직접 만나 장시간 당청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김 대표는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래 가까웠던 사이니까 일반적인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현 수석과 거의 매일 통화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회의 모두발언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더 이상 청와대와 맞설 명분조차 잃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미 공천 주도권은 청와대로 넘어갔고 의원들은 재빠르게 저마다의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교과서 정국을 출구 삼아 청와대와의 갈등에서 빠져나왔지만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이끌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를 계기로 김 대표의 지도력이 급속히 무너지고 비대위체제 전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