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아날로그 마케팅으로 활로 찾는 문구업계

편지와 함께 신제품 샘플 배송… 동아연필, 감성적 마케팅 전략

동아연필의 사무용 연필


이가희(27)씨는 초등학생이던 2000년 공짜로 명함을 만들어준다는 말에 동아연필 홈페이지에 가입했다. 그 이후 신제품이 출시되면 샘플로 펜이 배송되곤 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동아연필에서는 이씨가 가입 당시에 입력한 주소로 편지와 함께 신제품 펜을 보내온다. 이씨는 "요즘엔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다 보니 펜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는데 신제품 샘플을 받으면 예전에 문구점에서 펜을 사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잠시동안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시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통 문구기업 동아연필이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하며 주춤하던 문구산업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동아연필은 신제품을 회사 직원들이 직접 포장해 홈페이지에 가입된 고객의 집으로 꾸준히 보내고 있다. 고객의 이름을 펜에 새겨 보내기도 한다. 남기영 동아연필 제품기획실 실장은 "주소가 변경돼 반품되는 경우도 많고 직접 하나하나 포장하고 편지를 쓰느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게 사실이지만 개인 블로그와 동아연필 카페 게시판에 고객들이 직접 인증 사진을 올리며 즐거워해 입소문을 타면서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옛날을 추억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연필의 수요도 20대 이상 연령층에서 늘고 있다.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샤프가 아닌 연필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남 실장은 "샤프와 펜의 사용으로 감소했던 연필 판매량이 최근 들어 적은 폭이지만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브랜드여서 연필 매니아층이 더 친근하게 느끼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미술학원도 점점 사라지고 그림 그리기 대회도 사라져 가면서 감소했던 연필 판매량이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20, 30대 고객들의 소비로 상쇄되고 있는 셈이다. 남 실장은 "색연필 수요도 어른용 색칠놀이가 인기를 끌면서 증가하고 있다"며 "아동용 문구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 마케팅으로 새로운 고객층인 20, 30대를 사로잡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상이 편리해졌지만 발전된 사회에서 오히려 피로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사라진 옛것들을 추억하며 문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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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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