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에게 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사업에 새로 진출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연계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도 하고 일부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기존 사업과 관계가 없는 새로운 사업 영역인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화장품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며 강력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품논란이 있어 왔다. 특히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치우는 경우도 있어 최근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각 기업들의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과 실제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올 하반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45건의 타 법인주식 및 출자증권취득 공시(정정공시 제외)를 전수 분석한 결과 화장품 제조 혹은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회사에 투자했다는 공시는 총 1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시장에서 국산 화장품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사업 진출은 주가에 대부분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전날 화장품 회사인 스킨케어 지분 100%를 47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한 반도체장비 업체 금성테크는 이날 전날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3,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건축용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젠트로 역시 이날 112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아티스트 조성아씨가 대표인 화장품 업체 초초스팩토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시장에서 젠트로가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과거 화장품 사업 진출이 주가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던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PC방 가맹점 서비스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신후는 지난 16일 화장품 제조 및 유통업체인 로얄그리인코리아 지분을 51% 취득했다고 밝힌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는 지난달 23일 화장품 유통회사인 한강인터트레이드 지분 80%를 취득한다고 밝혔으며 공시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다.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사업 진출을 밝히는 기업들의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화장품 사업과 무관한 기업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회사인 솔브레인은 지난달 24일 화장품 회사인 제닉의 지분 25.44%를 취득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한다고 공시했지만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튿날 전날 대비 14.75% 급락하기도 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솔브레인과 제닉의 사업 시너지와 제닉의 실적 성장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700억원의 투자규모는 너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 취득에 따른 실질적 효과에 비해 인수비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장품 사업 확대 계획이 사전에 새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신후의 대주주 김수현씨는 15일 장내에서 143만4,387주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신후가 16일 화장품 시장 진출을 공시하기 전인 14·15일 신후의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김씨는 공시 발표 전날 지분을 판 것이다. 공시정보가 김씨에게 미리 새어나갔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미공개정보가 사전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화장품 업종 연구원은 "화장품과 관련 없는 회사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반이 없는 탓에 판매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소규모 회사가 화장품 회사 지분을 인수할 때는 추격매수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박준석·김창영기자 kc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