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증취소에 판매정지까지 초강력 제재… 모든 경유차 겨눈다

■ 국내 폭스바겐도 배출가스 조작 확인


환경부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확인된 폭스바겐 경유차에 단행한 행정처분은 자동차에 내린 조치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환경부가 자동차를 대상으로 판매정지, 리콜 명령, 인증 취소, 과징금 부과 등 법(대기환경보전법)으로 취할 수 있는 네 가지 조치를 한꺼번에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번 인증을 해준 자동차에 대해 인증 취소를 한 것도 첫 사례다. 과징금 부과 최고액 기록도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 기록은 10억원이었다.

환경부는 아울러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경유차를 판매하고 있는 모든 자동차 제작사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이처럼 선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의 조치를 취한 것은 외국 자동차 회사가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앞으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어떠한 '눈속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가 이번 조사에서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임의설정을 했다고 판단한 근거는 네 가지다.

우선 실내 인증시험을 여러 번(5회) 반복하자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1회째 실험에서는 장치가 정상가동된 반면 2회째부터는 장치의 작동이 줄었고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차량 전자제어장치가 1회 실험이 끝나면 인증시험이 끝난 것으로 오인해 일어난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했다. 결국 인증시험만 통과하도록 제작사가 눈속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6회째 실험에서는 급가속 등 특정 조건에서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의 작동이 아예 중단됐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실내 인증시험과 다른 환경을 만들었을 때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도로주행 실험에서도 실내 시험 때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번에 적발한 티구안 차량은 저감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미국 인증시험 기준치(0.044g/㎞)의 최대 31배로 치솟았다. 이는 미국에서 조사한 제타 차종보다는 낮고 파사트 차종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 인증기준은 유로5의 경우 0.18g/㎞, 유로6는 0.08g/㎞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미국에서 추가로 문제가 발견된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3,000㏄급 경유차, 국내 모든 브랜드의 경유차종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우선 국산 및 수입차 16개사의 대표 차종 1종씩 조사할 계획이다. 인증모드 반복실험, 전자제어장치 점검, 다양한 조건에서 실내 실험, 이동형 측정장비를 활용한 도로 주행 등의 조사 방법을 활용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내년 4월 완료된다. 불법이 드러나면 리콜 명령, 인증 취소, 과징금, 판매정지 등의 제재가 뒤따른다.

가솔린 차량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조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가솔린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비와 관련이 깊다"며 "국토부에서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현재 1개 차종당 10억원인 과징금 최고 액수를 100억원으로 상향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한 해 경영이익이 500억원이 넘는 점을 감안할 때 141억원의 과징금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이미 신형 엔진이 탑재된 모델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구형 엔진이 실린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비자가 리콜을 거부할 시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사실상 대기 오염 유발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리콜을 거부할 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하지만 리콜 완료 차량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 등으로 리콜률 80%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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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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