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백두산 청정수로 에비앙 잡겠다"… 막 오른 신춘호의 '생수신화'

'농심 야심작' 백산수 중국 신공장 가보니

마트
지난 20일 중국 지린성 옌볜시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현지인들이 농심 백산수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백산수 중국 신공장
글로벌 생수 공장을 능가하는 백산수 중국 신공장 전경. /사진제공=농심
신춘호

"수질 좋기로 소문난 백두산 천지 물에 농심의 기술력을 더해 세계 1위 생수를 만듭시다." 2006년 신춘호(사진) 회장의 선포와 함께 농심의 숙원사업인 독자 생수 브랜드 '백산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생수 사업 프로젝트팀이 세계 최고의 수원지를 찾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 하와이까지 물맛 좋기로 유명한 곳으로 발품을 판 지 3년 만이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지난 19일 중국 지린성 옌지공항에서 북서쪽으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옌볜조선족자치주 안투현 백두산 원시림 보호구역.

백산수의 수원지인 이곳은 외부 오염 요소로부터 일절 차단된 채 관리되고 있었다. 2개의 철문과 3개의 경비대 등 삼엄한 경비를 지나 15분쯤 걸어 들어가자 330㎡(100평) 규모의 용천(지하암반수가 자연적으로 지표로 분출되는 샘)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연 미네랄 성분이 가득한 용천수는 공기 접촉 없이 곧바로 3.7㎞짜리 전용 수로를 타고 백산수 옌볜공장으로 옮겨졌다. 옌볜농심 관계자는 "파이프관을 통해 암반수를 인위적으로 뽑아내는 다른 업체의 제품과는 달리 자연 용출되는 천연 암반수를 하루 최대 2만톤 끌어올 수 있는 게 백산수만의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라면신화' 농심이 생수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글로벌 생수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냈다. 에비앙·피지워터 등 글로벌 생수기업을 꺾고 2025년까지 세계 최대 생수시장인 중국에서 1조원 매출 신화를 새로 쓰겠다는 포부다.

수원지에서 차량으로 10분 가량 이동하자 백산수 신공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30만㎡(약 9만평) 부지에 공장동, 유틸리티동, 생활관 등을 갖춘 8만4,000㎡(2만5,410평) 규모의 백산수 신공장은 농심이 창립 이래 최대 투자인 2,000억원을 쏟아부은 야심작이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0.5ℓ와 2ℓ 제품을 각각 생산할 수 있는 전용 설비라인 2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0.5ℓ들이는 분당 900병, 2ℓ들이는 분당 750병씩 분당 총 1,650만병이 생산된다. 이번 신공장 준공으로 백산수 연간 생산량은 기존 구공장 생산량인 25만톤에서 국내 생수 제조업체 중 최대인 125만톤으로 대폭 늘어났다.

안명식 옌볜농심 대표는 "백산수 사업 확대를 염두해 3개 생산라인을 추가할 공간을 마련했다"며 "현재 신공장 생산량은 40만톤이지만 2017년 5개 라인이 풀가동되면 연간 200만톤을 생산, 하루 6,000톤인 에비앙의 생산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생수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충전 및 포장 설비는 에비앙 등 글로벌 음료 브랜드의 생산설비를 담당하고 있는 독일 크로네스가 맡았다. 생수 용기는 사출설비 분야에서 세계 80% 점유율을 차지하는 캐나다의 허스키가, 여과는 독일의 펜테어가 담당한다.

중국 정부로부터 백산수 신공장에서 인근 철도역까지 1.7㎞ 구간의 철도 물류 시스템을 독점 확보한 것도 강점이다. 백산수 신공장에서 시작되는 철도를 통해 인근 역까지 이동, 나머지 구간은 중국 철도망을 이용하면 1,000㎞ 떨어진 다롄항까지는 이틀, 한국에는 배편으로 1주일이면 배송 가능하다.

중국 생수시장은 글로벌 업체 뿐만 아니라 최대 부동산기업 헝다, 라면 1위업체 캉스푸 등 중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오염 등으로 생수를 찾는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현재 23조원 규모의 중국시장이 10년 후 7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심은 중국 내 신라면 영업망을 총동원해 초기 입점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백산수를 10년 내 매출 1조원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준 농심 대표는 "백산수 신공장 물량의 70%를 중국시장에 공급하고 1단계 공략지역인 수원지 인근의 동북 3성과 상하이, 청두에서 지역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라면 역사'를 써온 농심이 생수로 글로벌 음료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화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옌볜=이지윤기자

lucy@sed.co.kr


관련기사



이지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