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위기의 제조업 신사업에 길 있다] 신사업 선도하려면 장기적 관점 투자를

현대차 수소차 개발, 폭스바겐 사태로 뒤늦게 빛봐

현대차
권문식(왼쪽 세번째)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 및 문대흥 (〃 네번째) 현대차 파워트레인 담당 부사장 등 관계자들이 경기도 화성시 롤링힐스에서 열린 '2015 현대·기아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하이브리드 전용 카파 1.6ℓ GDI 엔진 및 전륜 8단 변속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기아차

지난 2013년 2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연료차 양산을 시작하자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디젤차가 대세인데 수소차부터 만든 것은 실수'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올해 초 현대차가 오는 2018년까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에 1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저유가에 친환경차 개발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입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사태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자 오히려 현대차의 이런 노력은 뒤늦게 빛을 보는 모습이다.

위기에 빠진 제조업이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 바탕을 둔 투자가 필수적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 사업성을 믿고 성과의 과실이 열릴 때까지 감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1990년대까지 전 세계 필름 시장을 양분하던 코닥과 후지필름의 사례가 좋은 예다. 두 기업은 200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다른 길을 걸었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세계 1위를 지켜온 필름 시장의 점유율 하락으로 단기수익이 줄 것을 우려해 주력상품의 전환을 머뭇거렸다. 반면 후지필름은 장기적 관점에서 필름 부문에서 얻은 핵심기술력을 다른 분야에 효과적으로 적용, 액정표시장치(LCD) TV용 필름과 의약품, 화장품으로 사업재편에 성공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사업부문 정리를 이어가고 있다.

GE가 대표적이다. GE는 최근 그룹 총매출의 28%를 차지하는 금융 부문의 계열사 GE캐피털을 매각하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는 기업을 추격자에만 머무르게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는 기업을 시장 선도자로 만들어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제품 대부분은 모두 오랜 시간 소비자를 연구하고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빈약한 내수시장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금융 인프라, 폐쇄적인 기업문화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를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오히려 유리한 부분도 있다. 주주 중심 경영을 하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단기성과와 배당을 중시하는 반면 오너 체제인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은 장기적 성과와 외형 확대에 큰 비중을 둔다. 삼성그룹이 신수종사업을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사업부문을 재편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장기적 투자로 성과를 보는 기업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삼성은 2010년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했던 바이오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을 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브렌시스'는 연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SK그룹 역시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에서 수면장애 신약 시판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팀장은 "정부가 7대 제조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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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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