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이산가족 상봉]北 체제 선전도.. 오랜 분단이 만든 거리감 드러나

北 가족들 김일성·김정일 훈장 보여주며 '체제 선전'

20일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는 재회의 기쁨과 함께 오랜 분단이 만들어낸 거리감도 드러났다.

북한의 홍대균(83)씨와 아들 홍길연(43)씨는 남측 누님 홍복자(89)씨와 여동생 홍정자(80)씨 등 가족들을 만났다. 홍정자씨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 들어선 홍대균씨를 보자 반가움에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으셨겠어, 오빠”라며 오열했다. 홍대균씨도 흐느꼈다. 기쁜 마음이 가라앉고 대화가 오고 가던 중 홍길연씨는 북한 정부에서 받은 훈장 등을 꺼내서 남측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했다.


홍대균씨의 남측 조카인 우찬표(37)씨는 홍길연씨가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둔 김일성·김정일 그림이 박힌 물건을 보이지 않게 덮었다. 그러자 홍길연씨는 다시 김일성·김정일 그림이 보이도록 돌려놓았다. 그러자 주변의 북한 안내원들이 미소를 지으며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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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채훈식(88)씨는 며느리 강미영(46)씨와 함께 남측 배우자인 이옥연(88)씨와 아들 채희양(65)씨 등 가족들을 만났다. 이옥연씨는 채훈식씨를 만나자 고개를 돌렸다. 채훈식씨가 손을 내밀자 “이제 늙었는데 잡으면 뭐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채훈식씨는 아들 채희양씨에게 “너희 어머니가 나 없이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 아버지를 이해해다오. 나는 어머니에게…”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나를 위해 (너희 어머니는) 일생을 다 바쳤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 될 지 몰라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강미영씨는 가족의 만남이 이어지던 중 채훈식씨에게 “아버지,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 많았다면서도 왜 아무 말을 못해요”라고 여러 번 말하다 김일성 주석이 채씨에게 준 표창장과 각종 훈장 등을 꺼내보였다. 그러자 북한 기자들이 몰려들어 이 장면을 촬영하고 강씨는 남측 기자들을 옆으로 밀쳐내기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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