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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새로운 논리를 주장한다. 그러면 그 주장을 들은 사람들도 스스로 생각의 범위를 한정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를 두고 흔히 '프레임에 갇힌다'고 표현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점점 낮아지는 금리를 견디다 못해 처음으로 투자를 결심하게 된다. 초보 투자자라면 당연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산가치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이자율보다는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때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표현처럼 솔깃한 말도 없다. 최근 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금융상품을 꼽는다면 단연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중위험·중수익을 장점으로 내세워 엄청난 기세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ELS와 같은 파생상품은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마침 코스피지수는 4년 동안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ELS의 발행 규모는 지난해에 무려 71조7,96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총 자산 규모인 73조원에 버금가는 수치다.
현재 청약하는 대부분의 ELS는 기초자산을 2~3개로 하는 스텝다운형에 속한다. 보통 3~6개월 단위로 하는 단계적 만기일이 지날 때마다 조기상환을 위한 조건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수익을 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ELS의 구조를 천천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수익을 낼 시간을 더 이상 주지 않고 바로 조기 상환된다. 수익의 상한선은 대부분 연 10% 미만으로 제한되는 반면 손실의 하한은 100%까지 있다. 투자원금 전부를 순식간에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중위험·중수익이 아니라 오히려 고위험·중수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조기상환은 모든 기초자산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녹인(Knock-in·원금손실 발생구간)은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라도 조건에 걸리면 발생한다. 또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기초자산 중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의 손실률을 적용한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은 낯선 금융상품을 접하게 되면 바싹 긴장하는 것 같다. 금융사의 직원이 펼치는 프레임에 갇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에 귀중한 돈을 선뜻 맡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금융상품도 믿을 만한 전문가의 설명을 기초로 해 상식과 논리를 갖고 분석하면 지나치게 겁낼 필요가 없다. 직접 분석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투자에 대한 좋은 공부가 된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나만의 중위험·중수익 투자법을 터득할 날이 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