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버스 상품(기초자산의 움직임을 반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투자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기관투자가들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킨 데 비해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조정에 예상해 인버스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3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순 자산 총액은 5,606억원으로 최근 한 달 사이 1,621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주가가 상승할 때 이익이 생기는 레버리지 ETF에는 3,082억원이 빠져나갔다. 일반 펀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7개 인버스 펀드에는 이달 들어서만 268억원(19일 기준)이 몰린 반면 18개 레버리지 펀드에는 2,351억원이 유출됐다.
문제는 이달 중 인버스 상품을 사들인 주체가 대부분 개인투자자라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뚫고 본격적으로 상승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KODEX 인버스 ETF'를 1,454억원어치를 매수했다. 반면 'KODEX 레버리지 ETF'는 5,240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같은 기간 인버스 ETF를 1,456억원 순매도하고 레버리지 ETF는 5,483억원어치 사들여 개인 투자자들과는 엇갈린 투자 행보를 보였다.
인버스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코스피지수가 오히려 상승하면서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인버스 ETF는 최근 한 달 동안 평균 -2.79%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72% 올랐으며 레버리지 펀드는 평균 4.61%의 수익률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상위종목들의 약세가 뚜렷하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SK하이닉스(2,430억원)는 7일 이후 22일까지 14.08% 하락했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4.20%), 호텔신라(-9.57%), 카카오(-10.88%), 아모레퍼시픽(-3.03%) 등 개인 투자자의 매수 상위 종목은 줄줄이 손실을 나타냈다. 반면 개인이 내다 판 종목이나 기관이 주로 매수한 종목은 주가가 뛰었다. LG전자는 14.90%가 올랐으며 삼성전자도 2.57% 상승했다. 이외에도 POSCO(8.75%), 신한지주(8.14%), KB금융(7.30%), 삼성SDI(5.56%) 등도 강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인 시장 흐름이 아닌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매몰된 투자를 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당연히 단기 조정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 탓에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고 또 주가가 꾸준히 올랐던 종목은 너무 올랐다는 이유로 매도에 나섰다는 것.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으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 매니저는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이달 초부터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하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해 흐름과는 반대되는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기 호재를 노리는 모멘텀 투자가 아니라면 개인들은 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들을 따라가는 투자를 해도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론 기관도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개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과 시장을 분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