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화폐 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려는 세계 각국의 화폐 전쟁에 중국이 뛰어들면서 국내 주력 산업들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저로 제품 경쟁력을 회복한 일본에 이어 중국마저 위안화 절하로 경쟁력이 개선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수출이 또 한 번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19일 '위안화 절하시 주력 산업의 수출 영향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최근 위안화 절하가 한국과 중국의 경합도가 높은 산업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산업연은 지난 8월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중국이 추가로 위안화 가치를 낮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위안화가 추가 절하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돼 한국 제품의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 주력 산업들인 섬유와 철강·정유·일반기계·가전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제품의 가격이 내리면 섬유는 동남아와 선진국 시장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도 가격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떨어질 수 있고 일반기계도 중급 기계설비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중국이 석유 제품 확대정책을 펴고 있어 정유도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 기술·산업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의 대중국 수출도 감소할 것으로 산업연은 분석했다. 다만 기술에서 중국보다 앞서는 반도체와 휴대폰, 중국 현지 생산체계를 갖춘 완성차는 위안화 절하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은 우리 산업이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데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공급과잉·유가하락·엔저·위안화절하 등 우리 수출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기 산업연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대외 산업환경 변화에 유연히 대응하도록 국내 산업의 가격·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높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인도·베트남 등 포스트차이나(post-China) 시장도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