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전교생 36명의 작은 섬마을 학교가 있었다.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자는 주민들의 염원을 짊어지고 학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술꽃씨앗학교' 사업에 응모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선정된 학교는 힘들게 찾아낸 두 명의 예술강사가 플루트와 클라리넷·색소폰, 그리고 건반악기와 베이스기타·지휘를 멀티플레이로 가르치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특이한 구성의 목관앙상블에 도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재직 연한이 짧은 벽지 학교에서 사업 첫해에 애쓰던 교사들은 모두 떠났다. 대신에 당시 교감을 올해 공모제 교장으로 모셨고 악기를 가르치는 두 강사는 적은 수당에도 변함없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새로 부임하는 교사, 학부모들도 자비를 들여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악기를 배웠다. 연주곡은 아이들과 늘 의논하며 선정·편곡했고 지역민을 찾아가는 나눔공연도 만들고 공연이 단조롭지 않도록 벨 연주팀도 꾸렸다.
작은 섬 온 주민들의 자랑이자 공연장에서는 할머니들이 쌈짓돈을 쥐어주시기도 하는 전교생의 '꿈소리앙상블'이 그렇게 탄생했다. 인내와 훈련으로 함께 만드는 하모니의 환희를 경험하고 정성을 쏟는 어른들의 사랑을 흠뻑 느끼면서 이제 아이들은 환호하는 관객과 몰입하는 연주의 감격까지 깊이 체험한다. 이 아이들은 지금의 순간을 삶에 대한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면서 평생 악기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런 '꿈소리앙상블'의 단원이 되고자 차츰 본섬과 외지에서 이사 오는 학생들이 늘었다. 학생 수는 80명으로 불어났고 거제도의 부속 섬 가조도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섬으로 바뀌었다. 감동적인 이 실화의 주인공은 거제시 가조도의 창호초등학교 어린이와 선생님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학교예술교육지원사업 '예술꽃씨앗학교'의 제3기 성과발표회가 지난주 열렸다. 무대에는 창호초 외에도 이렇듯 사연 있는 학교들이 여럿 있었다. 4년 연속지원하는 유일한 교육정책사업의 성과를 고찰하면서 예술교육지원사업의 성공요소는 수혜대상의 인원 수, 사업의 가짓수보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훈련과정, 지속성, 고유한 필요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노력에 있다는 믿음을 새삼 다지게 되었다. 약간의 체험으로 끝내는 예술교육현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예술적 방법을 고민하는 어른들의 진지한 노력이 예술교육의 중요한 요건이라는 것을 무대는 증명하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한 음 한 음에 열중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이 예술교육사업의 수혜자가 학생뿐 아니라 그들을 아끼는 온 마을 지역주민임을 깨달았다. 수십 년 예술학교와 공연장에서 살아온 나에게 그날의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