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풀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약 10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면서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아 버블 상황에 처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자금 유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세계 주택 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올해 1·4분기 세계 주택 가격은 151.31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4·4분기의 149.29를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2008년 1·4분기 당시 159.98을 기록,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으로 몰려든 자금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형성한 상태라고 전했다.
주택 시장의 버블은 주요국에서 소득 상승분 대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명목 가처분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지수' 통계를 보면 OECD 회원국의 주택 가격은 2012년 4·4분기 95.21(2010년 100 기준)까지 떨어졌다가 올 2·4분기 101.11까지 반등했다. 이는 OECD 회원국들의 가처분 소득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주택 가격만 예외적으로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실질 가치 상승보다는 주요국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특히 홍콩의 집값이 2008년 이래 두 배 정도 상승했다며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우 이 가격이 10~20%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도 최근 발표한 '글로벌 부동산 버블 지수'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발 부동산 가격급락을 우려했다. UBS는 런던의 평균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10% 상승했다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런던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이 약화돼 급격한 조정을 받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UBS의 클라우디오 사푸텔리 글로벌 부동산 대표는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들면서 주요국의 부동산 시장 버블 리스크가 커졌다"며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