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결혼한 유승연(31)씨는 결혼식과 신혼살림을 준비하며 웨딩플래너 없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진행했다. 결혼식에 불필요하게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허례허식으로 치부되는 여러 과정을 생략했다. 대신 유씨 부부는 본인이 평소에 가장 갖고 싶었던 제품은 비싸더라도 사기로 했다. 남편은 최고급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매했고 유씨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 명품 테이블웨어에 과감히 투자했다. 유씨는 "결혼식 행사나 서랍 속에 넣어두기만 할 예물보다는 부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집을 꾸미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 결혼식은 소박하게 치렀지만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에는 과감히 투자했다"고 말했다.
23일 웨딩업계에 따르면 결혼식 관련 비용은 최소화하지만 자신이 갖고 싶은 제품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키(key)웨딩족'이 늘고 있다. 고가의 홈시어터나 러닝머신 등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것을 신혼생활의 '키포인트'로 삼는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스몰웨딩과 하우스웨딩, 간소화 웨딩을 치르는 경우를 접한 일반 예비부부들도 자신들의 결혼식을 직접 디자인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경진 대명본웨딩 매니저는 "최근 예비 신혼부부들은 결혼식과 혼수의 총비용을 정해놓은 뒤 그 범위 안에서 항목별로 비용을 배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이전과 다르게 고객들의 개성이 강해지고 있는데다 본인들의 취향을 확고하게 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3월 온라인쇼핑 사이트 옥션이 예비부부와 결혼기간 1년 이하 신혼부부 7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8%가 혼수로 취미생활 용품을 이미 구입했거나 구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선호하는 취미용 혼수로는 홈시어터와 게임기, 안마의자 등이 있었고 커피머신·티포트·오븐 등도 있었다.
이처럼 키웨딩족이 늘어나자 관련 업계에서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수입제품 판매 업체들이 이러한 추세에 맞춰 가을 결혼 시즌 신혼부부들을 공략하고 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얄코펜하겐은 올가을 한정 수량으로 '로얄 웨딩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놨다. 현대적인 테이블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어 테이블웨어와 티웨어에 관심이 많은 예비신부들의 위시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드롱기 빈티지 라인의 무선주전자·커피머신·토스터기가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꼭 선물 받고 싶은 제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뱅앤올룹슨 홈시어터, 레이지보이 리클라이너 등은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혼수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제품 판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을 통해 결혼 비용은 줄이는 대신 평소 자신이 꼭 갖고 싶은 물건은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키웨딩족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 제품 판매 업체들의 주 타깃 고객"이라며 "키웨딩족을 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강광우·백주연기자 pres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