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라. 신발 아무렇게나 벗어던지지 말고 가지런히 정리해라. 집을 나가고 들어올 때는 반드시 부모에게 인사해라. 길을 걷다 차에 부딪칠 수 있으니 이어폰 좀 빼고 다녀라. 필지가 세 딸에게 자주 하는 잔소리다. 이런 잔소리는 아버지로서 해야 할 밥상머리 교육의 하나라고 여기지만 아이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는 흘리는 눈치다.
근래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는 스마트폰 좀 멀리하라는 것이다. 휴일 모처럼 다섯 식구가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빈약한 대화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참다못해 또 한소리를 하게 된다. 스마트폰 몇 시간 떼놓는다고 큰일 날 일도 없을 텐데 종일 끼고 사느냐고. 차라리 스마트폰 대신 책을 가까이하면 그나마 봐주기나 하겠다고. 그러면 모두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사실 필자도 똑같이 스마트폰에 빠져 산 지 오래됐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부스스한 채로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수시로 꺼내 본다. 업무상 식사 자리에서도 옆에 꺼내 놓는다. 아차, 이럴 일이 아닌데 하면서도 어느새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문자나 카카오톡이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뜨면 은연중 반갑다. 내용 이래야 태반이 스팸이거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전파돼온 소위 '퍼온 글'들임에도 그렇다. 스마트폰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날은 '내가 사회 생활을 잘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괜한 걱정까지 든다. 가히 스마트폰 중독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스마트폰 과잉 사용은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도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음성통화 제외)은 3시간39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에 조사한 1시간31분보다 2.4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20대의 사용시간은 4시간40분에 달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봐야 한다. 미국 사람들도 하루 평균 183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저 먼 곳의 누군가와 연결되려고 애쓰고 있는 게 현재의 우리 모습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잊고 있다.
'연금술사'의 작가인 파울루 코엘류는 '좀비란 당신과 한자리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더 이상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는 필자도 좀비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