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 차종' 무이자할부 카드를 꺼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재고소진을 위해 미국 시장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파격 프로모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7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최근 대대적인 무이자할부 행사를 미국 현지법인에서 실시하기 시작했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2015년형 전 차종에 무이자할부를 적용하는 '2015 모델 라인 클리어런스(Model Line Clearance)' 행사를 진행한다. 무이자할부와 더불어 차량을 구매하면 1,500달러의 현금을 고객에게 준다. '스포티지'와 올해 말 신형 모델이 출시되는 'K5'의 경우 66개월 무이자할부와 함께 1,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2016년형 쏘렌토도 프로모션 대상에 넣었다. 66개월 무이자할부에 750달러의 보너스 현금을 내걸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기아차가 올해 목표한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해 대대적인 재고 떨이에 나섰다"며 "미국 시장에서 워낙 인센티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 차종에 무이자할부와 보너스 현금을 적용한 경우는 있지만 전 차종을 대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3주간 반짝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2016년형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를 구입할 경우 72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현금 1,500달러를 준다. 올해 출시된 신형 투싼에는 매달 239달러씩 지불하는 리스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엔저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판촉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늘리면서 영업비용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상태다. 3·4분기 영업이익(1조5,039억원)이 2010년 4·4분기(1조2,370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은 이 같은 출혈경쟁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둬온 현대·기아차는 5개월 만에 지난달 미국 시장 점유율이 동반 하락했다. 올 3월 4.9%까지 올랐던 현대차 점유율은 4.4%로 낮아졌다. 기아차 역시 전달 대비 0.2% 줄어든 3.5%를 기록해 현대·기아차 통합 점유율은 8%대를 지켜내지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대대적인 재고 떨이와 함께 연이은 신차 출시로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22일 3·4분기 실적발표에서 "신형 투싼이 미국에 출시돼 신차로 대체됐고 연말 아반떼도 신차가 출시된다"며 "미국 시장의 인센티브가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지만 4·4분기부터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신형 투싼과 쏘렌토를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K5, 내년 초 아반떼를 출격시킨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스포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와 오는 2019년까지 4년간 공식 후원사 계약을 체결한 현대차는 신차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 1~9월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아반떼의 신형 모델을 다음달 열리는 LA모터쇼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 내년 2월 슈퍼볼 경기 때 신형 아반떼 광고를 내놓는다는 전략도 세웠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아반떼는 총 17만9,128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5만7,119대)보다 14.0%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대치인 2013년(17만1,933대)을 4.2% 웃도는 판매량이다.
기아차는 내년 2월 열리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에 신형 'K5(현지명 옵티마)' 광고를 집행한다. 또 미국프로농구(NBA) 2015~2016시즌 정규 리그가 시작되는 28일부터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돌입한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올해 판매성적은 지난해보다 많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