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돈 더 풀고… 금리 더 내리고… ECB, 추가 부양카드 만지작

드라기 "12월 통화정책 재검토" 밝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2일(현지시간) 오는 12월에 현행 통화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ECB의 추가 부양책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QE) 규모 확대와 기간 연장은 물론 현재 마이너스 수준인 예금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드라기 총재가 12월3일 열릴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을 시사하면서 ECB의 예금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했다. 예금금리는 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는 하루짜리 자금에 대한 금리로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되면 은행에 돈을 예치할 때 오히려 이자를 내게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ECB는 사상 처음으로 예금금리를 -0.2%로 떨어뜨렸다. 당시 드라기 총재는 "이제 (예금금리가) 하한이 됐다"고 말해 추가 인하 여지는 없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날 드라기 총재는 예금금리가 하한에 도달했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와 스웨덴 등 다른 국가가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면서 금리 하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덴마크 단스케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드라기 총재는 매우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고 예금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며 ECB가 12월에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스케은행은 또한 시장이 이미 예상하는 QE 연장과 달리 예금금리 인하는 시장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드라기 총재는 QE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내년 9월까지 이어지겠지만 필요하면 연장될 수 있으며 규모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또 "(이번 회의에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통화정책 수단이 풍성하게 논의됐다"면서 "우리는 회의를 통해 지켜보는 것이 아닌 '필요시 행동할 태세를 갖추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ECB는 경기부양 목적으로 지난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유로씩 총 1조1,000억유로 규모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정부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QE를 시행 중이다.

JP모건의 그레그 푸제시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12월에 월간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유로 늘려 그 기간을 2016년 12월까지 확대할 것이며 예금금리도 0.10%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스는 "12월에 추가 QE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존 2016년 9월 만료 예정인 QE 프로그램이 6개월에서 최대 9개월 더 연장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BNP파리바의 리처드 바웰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ECB가 "아기 걸음마 식으로 (천천히)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기보다 즉각 통화정책 여건을 완화하고자 12월에 금리인하와 함께 추가 채권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CB의 추가 QE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도 환호했다. 뉴욕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으며 아시아 증시 역시 강세를 보였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이 한때 사상 최저치인 -0.3%로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로 QE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채권 수익률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드라기 총재 연설 후 외환시장에서는 유로가 달러당 전일 대비 1.67% 하락한 1.116달러를 기록하며 10월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ECB가 12월 추가 완화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유로·달러 환율이 1.0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ECB와는 반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준과 ECB의 정책이 발표되는 12월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 12월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에 1%포인트 더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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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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