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보험사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 가능 해진다

■ 금융시장 건전성 규제 선진화 방안


29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 시장 건전성 규제 방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국제 감독기구의 금융 시장 규제 기준이 국내에도 잇따라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이로 인해 국내 금융 시장이 중복·불합리한 규제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미리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의 경우 바젤Ⅲ 자본규제에 따라 이익잉여금을 포함한 보통주 자본 전체를 직접 규제 받고 있는데도 이익준비금까지 적립해야 하는 것은 이중 규제에 해당하는 만큼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이익준비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예대율도 존치 여부를 2018년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당장 폐지할 경우 가계 부채 억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외국 은행 지점에 대해서는 가계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계약 만기가 1년을 초과하는 본지점 장기차입금을 예수금 산정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2020년부터 IFRS4 2단계 기준에 맞춰야 하는 보험 업계에 대해서는 은행 등 타권역에 비해 자금 차입 제한이 엄격하다고 판단, 자본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보험사도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권보다 자본 성격이 강한 만큼 상시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신종자본증권은 지급여력비율(RBC) 산정시 기본 자본 인정 비율을 현행 15%에서 25%로 상향해주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업과 관련해서는 종합금융투자사들의 기업 신용공여에 대해 만기별 위험값을 차등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만기 1년 내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현행 3개월 수준의 위험값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만 취급하는 전문 사모 운용사에 대해서는 등록제로 운영하는 전업 투자자문사처럼 최소영업자본액과 적기시정조치 적용에서 배제하고 등록유지자본으로 관리하는 등 일반 운용사보다 건정성 규제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은행에 대해서는 다른 권역과 형평성을 맞추는 쪽으로 개선안을 내놓았다. 대형 저축은행 및 여전사의 연체기간에 의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한다. 상호금융과 관련해서는 현재 예대율 규제 기준이 80%로 은행보다 높은 만큼 100%로 완화하기로 했다. 가계 부채 대책의 하나로 상호금융 예대율 규제 수준을 높였지만 오히려 대출 억제보다는 수식 확대 경쟁만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밖에 신협의 법정적립금이 출자금의 3배가 될 때까지 매년 이익금의 20% 이상을 적립하도록 강화하는 대신 농·수·산림조합과 동일하게 손실금 보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국내 금융권에는 은행업과 보험업을 중심으로 건전성 강화 장치가 내년부터 줄을 잇는다. 은행에는 당장 내년에 시스템적 중요 은행(D-SIB)에 대한 추가자본, 자본보전완충자본, 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이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또 2017년 말에는 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를 자체 희생시키거나 공적자금 투입 없이 질서 있게 정리하기 위한 회생·정리계획(RRP)이 시행되고 2018년부터는 유동성 규제를 위한 레버리지비율과 NSFR(1년 기준 중장기 구조적 유동성 비율) 등이 도입된다. 보험 업계에서는 2016년 연결기준 지급여력제도(RBC), 2017년에는 자체위험·지급여력 평가제도(ORSA)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외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위해 올해 안에 '금융그룹 감독체계 구축 기본방안'을 마련해 내년 중 모범 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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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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