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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2016년 경제정책 방향' 배경 브리핑에서 "재정·통화 등 거시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해 내년에 실질 3%, 경상 5% 내외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경제부총리는 "실질성장 중심의 관리에서 적정성장과 물가를 감안한 경상성장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국민의 성장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물가를 끌어올려서라도 적정한 경상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물가를 뺀 실질성장 위주의 거시정책을 펴온 정부로서는 크나큰 변화다. 이는 저성장 고착화 조짐이 역력한 상황이어서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의 의지로 해석된다. 더구나 내년 1·4분기는 그동안 사용한 내수부양 카드들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절벽에 맞닥트릴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 외형(경상성장)만으로 성장 체감도를 높일지 의문인데다 성장률 착시 논란을 부를 소지도 없지 않다.
◇1·4분기에 125조원 재정 조기 투입…경기급랭 막기 총력전=정부는 내년 1·4분기 재정을 125조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보다 8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추경 효과가 완료되는 등 내년 초부터 불어닥칠 경기급랭을 막기 위해 부족한 나라 곳간이지만 미리 앞당겨 활짝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1·4분기 중앙정부의 재정집행률은 29.2%로 올해보다 0.3%포인트 확대되고 지방은 23.7%로 1%포인트 늘어난다.
정부는 또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배부되는 교부금과 교부세를 내년 1·4분기에 36% 배정하고 중앙과 지방 재정에 대한 통합적인 집행관리를 통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른 여력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투자를 6조 원 확대하고 새로운 민자방식을 도입해 사회간접자본(SOC)을 적기에 확충하기로 했다.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는 '선택 아닌 필수'=저출산·고령화 기조 심화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를 지탱할 또 다른 방안은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던 중국 관광객의 단체비자 수수료 면제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늘리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복수비자 발급 대상을 60세에서 55세 이상으로 완화하고 기존 유효기간 5년 이내 30일이었던 비자 기간도 최대 10년에 90일까지 대폭 확대한다. 관광과 한류·미용·레저 등을 결합하는 등 비자 신청요건을 대폭 간소화한 '한류산업연계비자'도 신설하기로 했다.
매년 11월 중순 대규모 할인행사를 정례화해 세계적인 쇼핑 축제로 육성할 방침이다. 기업의 연간 온누리상품권 구매목표는 올해보다 400억원 늘린 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1·4분기 중 최대한 소진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고령층이 가진 주택과 농지 등 실물자산을 유동화해 소비여력을 확보하는 연금상품도 개발된다.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 15조원 지원…민간투자 유도=정부는 당초 오는 2017년 말까지였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의 가동시점을 1년 앞당겨 내년까지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잔여금액인 15조원을 모두 소진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체된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말 발표된 정책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이 1대1로 매칭해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또 연기금이 민간자본과 결합해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14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인프라투자플랫폼(KIIP)을 본격 가동해 용산~강남 간 신분당선 복선전철 등 신규 인프라 사업의 조기 착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SOC·부동산 분야에 투자할 경우 기금운용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