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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그 날이 왔습니다. 바로 할리데이비슨을 만나는 날입니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할리에 대한 인식은 #가죽바지 #최민수 #배기음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만세 핸들’을 빼놓을 수 없겠죠.
영어권에선 더욱 적절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에이프 행어(Ape hanger)’라죠.
두유바이크를 공동 연재하는 정두환 부장이 앞서 할리
시승기를 쓰신 적이 있습니다만, 전 이렇게 일찍 할리를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125cc 바이크만 타다 어떻게 무거운 할리를 타나 싶은 소심함 때문이었죠.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분들은 참 쿨하십니다. 교육 좀 받으면 될 거라며 용인으로 초청해주십니다.
할리 용인점 전경. /사진제공=할리데이비슨코리아
이미 추워지기 시작한 10월 말 어느 날 그렇게 할리데이비슨 용인점에 도착했습니다. 매장과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사무실이 같이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생각보다 큽니다. 바이크뿐만 아니라 부품, 라이딩 기어까지 전시해 놨습니다. 용인점을 구경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할리데이비슨에서 교육받은 이야기부터 남겨보려고 합니다.
우선 오늘 대부분의 교육을 맡아주실 안태희 컨설턴트님을 뵈었습니다.
초집중 모드
딱 봐도 왠지 할리를 타실 것 같은 분입니다. 그리고 대뜸 본인을 파워 블로거로 소개하는 자신감도 돋보이셨습니다. 할리데이비슨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 할리데이비슨코리아의 각종 프로모션 정보가 업데이트되니 궁금하신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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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 컨설턴트님과 우선 점프스타트로 갑니다. 바이크의 앞바퀴를 고정해둔 채로 시동 끄고 켜는 법, 기어 변속 등을 연습해볼 수 있는 장치입니다.
면허가 없는 분들이라도 앉아서 진동과 배기음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어리바리해도 넘어지거나 급가속할 염려가 없어 편하긴 한데, 멈춰선 상태에서 가속ㆍ변속하는 것도 처음엔 상당히 낯설더군요. 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엄청나게 편리한 학습 도구였습니다.
이제 할리데이비슨 용인점의 원형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도로주행 직전의 연습을 위해서입니다. 3평 정도 될까 싶은 정말 조그만 공간입니다. 이 정도 공간만 있어도 기본적인 연습이 가능한 줄 몰랐습니다.
열심히 설명을 듣습니다.
사이드 스탠드를 올리고 바이크를 바로 세우는 법부터 가르쳐 주십니다. 일단 스탠드를 내린 상태에서 앉습니다. 그런데 흔히 타는 습관과 달리, 바이크 옆에 선 상태에서 오른발을 쭉 밀듯이 뻗어 반대편으로 내려앉는 게 정석이라고 알려주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쯤은 본인의 발길질에 소중한 바이크가 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앉아 봅니다.
조심 조심...
그리고 일단 핸들을 일자로 돌린 후 허벅지 힘으로 기울어진 바이크를 밀어 똑바로 세웁니다. 제가 평소 타는 울프클래식의 무게는 110㎏, 이날 만난 할리데이비슨 스포스터 포티에잇(XL1200X) 무게는 그 두 배가 넘는 250㎏…. 전 마냥 무서웠지만 시키는 대로 해 봅니다. 그런데!! 정말 됩니다.
어머니 제가 해냈어요!!
나름 1년 넘게 바이크를 탔어도 고중량, 고배기량 바이크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기울어진 포티에잇을 세우면서 그 세계에 첫 발을 내딛은 겁니다.
여기서 이미 “나 바이크 좀 타는 듯…”이란 기분이 들기 시작하지만 애써 겸손해지려고 노력해 봅니다. 그래봐야 저는 초보 나부랭이거든요.
원래 이 연수 프로그램은 신차를 출고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시간도 2, 3일 정도로 넉넉합니다. 교육을 받아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분들은 1주일이든 그 이상이든 끝까지 책임져주신다고 합니다. 1:1 맞춤형 교육이지만 비용은 무료입니다.
저는 시간관계상 두어 시간 정도에 끝났지만, 그 와중에 쓰러진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는 법도 알려주신다고 합니다. 110㎏ 울프클래식은 쉽게 세웁니다. 두세 번 넘어져봤는데 다른 분들 말대로 아프기보다 창피해서 얼른 일으켜 세우고 사건 현장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렇게 초보 라이더로서 나름의 자신감을 쌓아 온 저였지만 ‘250㎏짜리 바이크는 과연?’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으켜 세우다 오히려 다시 넘어뜨릴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컨설턴트님 설명대로 어찌어찌 세우긴 했는데, 아무래도 사진 속 두 분이 상당히 힘을 보태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초집중
이제 포티에잇을 탄 채로 걸어볼 순서입니다. 시동을 걸고, 클러치를 풀고, 스로틀은 건드리지 않은 채 천천히 움직이는 포티에잇을 따라 아장아장 걸어봅니다. 익숙해지면 조금씩 스로틀도 당겨봅니다. 그렇게 감을 익혀나가는 거죠.
걷기가 좀 익숙해지자 원돌기를 해보자 하십니다. 초저속이지만 이제 정말 타고 달려보는 겁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바이크는 일단 20, 30KM 이상 속도에서 일자로 쭉 달리는 건 쉽지만 저속으로 달리기, 코너 돌기, 유턴하기 등등은 어렵습니다. 생초보 시절 유턴이 어찌나 부담스러웠던지….
그래서 긴장된 저는 물어봤습니다. “넘어뜨리면 어떻게 됩니까?”
내심 “저희는 훌륭한 라이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거 1그램도 신경 안 씁니다”, 뭐 이런 관대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컨설턴트님은 단호박이었습니다. “아, 그럼 그대로 가져가시면 되겠습니다. 깔면 인수 아시죠??”
‘깔면 인수’. 남의 바이크를 타보는 것까진 좋지만 혹시 넘어뜨리거나 긁힐 경우 얄짤없이 값을 치르고 인수하라는 뜻이 담긴 네 글자. 모터사이클의 세계에서 깔면 인수는 불변의 진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원돌기는 아장아장 걷던 중 ‘이때다!’ 싶은 순간 자연스럽게 스로틀을 당기면서 두 발을 받침대에 올리고, 가려는 방향을 쳐다보면 끝입니다.
안태희 컨설턴트님의 능숙한 시범!
말은 쉽죠. 낯선 바이크, 그것도 무거운 할리데이비슨으로 원돌기를 연습하려니 온몸이 긴장됩니다. 하지만 컨설턴트님의 지시에 따라 최대한 왼쪽을 바라보며 스로틀을 조금씩 당기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공터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좀 찌그러진 원이지만요.
드디어 두 발을 땅에서 뗐습니다.
그렇게 원돌기를 무사히 마치고 할리데이비슨 캠퍼스를 두 바퀴쯤 돌아봤습니다. 다음엔 도로로 나갈 차례입니다.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와 본격 도로연수기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