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새해 글로벌경제를 말하다] 카르멘 라인하르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원화 상대적 고평가… 中 경기둔화·엔저 이겨내려면 가치 절하 필요


韓 가계부채, 금리인상 보다 거시정책 조합으로 풀어야

美 경기 회복신호 미약… 공격적으로 긴축하기 어려울 것

中경제 나쁘지 않지만 이른 시일내 반등하기는 힘들어

그렉시트 시나리오 여전… 유로존, 몇몇 회원국 잃을수도


"한국이 중국 경기둔화와 일본 엔화가치 추가 약세라는 최대 위협 요인에 대응하려면 원화가치 절하가 필요합니다."

금융위기 전문가인 카르멘 라인하르트(60·사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화가치가 일본·유럽이나 많은 신흥국 등에 비해 약간 고평가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줄면 성장률이 더 둔화되면서 자칫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보다 부동산대출 관리 등 거시경제정책 조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초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라인하르트 교수의 하버드대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21일 추가 e메일 인터뷰로 보완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경제의 우려 요인으로 '불확실성'과 '전염'을 제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강달러, 원자재 가격 상승, 신흥국의 대외부채 상환 부담 증가 등 모든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흥국은 성장둔화, 자산거품 붕괴, 자본유출에다 '숨겨진 부채(hidden debts)' 위험까지 직면하면서 상당수 국가들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글로벌 경제에 여러 우려 요인이 있는데.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제 둔화,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 테러, 브라질·터키 등 일부 신흥국의 경제난 등 복합적인 리스크에 정말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유럽 경제 회복세는 취약하고 미국도 인상적이지 않다. 신흥국은 지난 2003~2013년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국가의 경제가 취약하다. 글로벌 경제가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2015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그 중에서도 최대 우려 요인을 꼽으라면.

△모든 문제가 복합돼 있어 한꺼번에 올 것이다. 가령 연준의 금리 인상은 강달러, 원자재 가격 상승, 신흥국의 대외부채 상환 부담 증가 순으로 파장이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위기전염이 가장 큰 리스크다. 가령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의 투기등급 강등은 신흥시장 전반의 신용 강등을 초래해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부를 수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이기 때문에 정말 위험하다.

-올해 미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많은 회복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많이 개선됐지만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하고 임금 인상률이 매우 제한적이다. 기업 투자율은 아직 낮고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지 않고 있다. 미 성장률은 2~2.5%에 그칠 것이다.

-연준이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가까운 장래에는 2~3%대로 올리지 못하고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미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1.3%로 2007년 이후 40%포인트나 상승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를 너무 높이, 빨리 올린다면 정부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민간에도 막대한 과잉부채가 존재한다. 미 경제에 과열신호가 없는데 매우 공격적으로 긴축하기는 어렵다.

-신흥국 경제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브라질 등 많은 신흥국이 외부 충격에 정말 취약하고, 특히 펀더멘털 측면에서 좋지 않다. 1990년대 신흥국 위치처럼 전염될 요인을 가졌다. 모든 위기는 양상이 같지 않지만 몇몇 징후는 비슷하다. 경제성장과 수출의 심각한 둔화, 자산거품 붕괴, 경상 및 재정적자 증가, 자본유입 급감이나 유출 등 지금 신흥시장은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흥국에 '숨겨진 부채'가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

△신흥국의 대외부채 부담이 과소평가돼 있다. 세계은행이나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는 과거 원자재 붐 때 중국에서 아르헨티나나 아프리카 원자재 생산국으로 들어간 대외부채가 빠져 있다. 금융거래가 투명하지 않아 측정하기 어려운 부채로 위기 발생 이후에나 파악된다. 가령 1994~1995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민간은행이 심각한 파생상품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점을 시장은 몰랐다. 이런 종류의 리스크는 당장 닥치지는 않겠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중기적으로는 낙관한다. 경제가 파괴될 만큼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미국이 세계 경제의 우월적 지배력을 가질 때도 '위대한 10년'이 있었지만 매우 나쁜 10년도 겪었다. 중국도 대형 사이클에 들어갔다. 중국은 과거 예외적인 팽창시기를 거쳤고 다음 몇 년간은 하강 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이른 시일 내 경제가 반등하기 어렵다. 경제가 성숙한 만큼 과거처럼 8% 이상 성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섀도뱅킹(그림자금융) 등 중국의 부채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중국의 경우 대외부채는 매우 낮지만 내부부채는 GDP의 242%까지 치솟아 오른 상황이다. 일본이 과거 증시·부동산 등 자산버블과 관련된 막대한 내부부채 문제로 매우 심각한 신용붕괴 위기를 겪은 것과 비슷하다. 이들 부채는 부동산 등 인프라 투자붐과 관련돼 있고 대부분 단기대출이며 금리가 매우 높다. 앞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된다면 대출금리 상승, 만기연장의 어려움 등으로 진짜 문제가 터질 것이다.

-중국이 일본처럼 부채위기로 '잃어버린 20년'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인가.

△대내부채는 대외부채와 달리 인플레이션, 금융 시스템 규제, 부채 재조정 등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특히 과거 일본·유럽 등과 달리 중국은 악성부채를 공격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또 중국은 성장률 정체, 인구 고령화에 시달린 일본과 다르고 자본이득과 임금소득·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의 한국처럼 중국의 공격적 채무 구조조정은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나라별로 다르지만 양적완화 지속 등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실업률 하락 등 유로존 전반의 경기는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 수준이 낮은데 극우와 극좌 정당 부상 등 정치 리스크가 우려된다. 이민 위기는 정말로 유로존 긴장과 사회대립의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시킬 경우 정말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다.

-과거 유로존은 주기적인 붕괴위기를 겪었지만 요즘은 잠잠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유로존에 다시 폭풍우가 불면서 그리스 위기가 재연될 것이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유로존은 몇몇 회원국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정책을 펼치겠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은 은행연합·재정연합을 위한 논의를 진전시킬 것이다. 앞으로 20년 뒤 유로존의 미래는 모르지만 5년 내에는 통화동맹이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한국 경제의 전망과 우려 요인을 말해달라.

△자산버블과 가계부채가 문제다. 한국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매우 빠르게 회복됐는데 가계부채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제는 가계부채 때문에 소비증가에 한계가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한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더 많이 미치겠지만 긴축속도가 매우 점진적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유출 등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중국 경기둔화와 엔화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은행 위기나 성장률 급락 같은) 극적인 사태는 없겠지만 강한 성장률을 기록하지는 못할 것이다.

- 여러 도전에 직면해 정책적 조언이 있다면.

△최근 한국 원화 가치는 약간 고평가돼 있다.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감소 등과 같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줄면 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다. 반대로 수출이 늘어나면 주택시장·가계부채 우려도 줄일 수 있다.

-한국이 통화가치를 절하해야 한다는 뜻인가.

△인위적으로 절하하라는 말이 아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은 고정환율제도가 아닌 기준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을 통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린다. 외환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통해 환율을 관리할 수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로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수 없고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면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정책을 조합해 부동산 대출을 관리하는 한편 낮은 금리로 원화가치를 낮춰야 한다.





● 라인하르트 교수는

국제기구·학계 거친 금융전문가… 유로존 긴축 이론적 토대 제공

한마디로 금융위기 전문가다. 금융계·국제금융기관·학계를 두루 거치며 자본이동, 자본 규제, 인플레이션, 상품가격, 국가부도, 통화가치 붕괴와 전염 등 국제금융을 연구했다. 지난 2010년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부채시대의 성장'은 유로존 재정긴축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2012년에는 블룸버그마켓이 '금융 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11세 때 부모님과 함께 가방 3개만 달랑 들고 미국으로 이민 온 쿠바 난민 출신이다.

◇약력 △1955년 쿠바 △1975년 플로리다국제대 △1988년 컬럼비아대 박사 △1985년 베어스턴스투자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0년 메릴랜드대 교수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부이사 △2011년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 △2012년 하버드대 교수

◇저서 '은행 위기' '이번엔 다르다' '쌍둥이 위기' '떠도는 공포' '금융붕괴에서 부채위기로' 등 다수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주)=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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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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