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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찾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적장과 도크·안벽 등 조선소 곳곳에는 일반 상선과 해양플랜트 구조와 자재들이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게 차 있었고 직원들과 작업 차량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큰 손실이 나고 수주가 부진했다고 한산한 조선소를 떠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옥포 조선소는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약 426억 달러)로 건조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2015년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해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그사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며 3·4분기까지 누적 적자 4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임직원 감원과 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유동성 위기 속에 채권단은 4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수혈을 결정했고 대우조선해양은 벼랑 끝에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에게서는 지난 고초에서 비롯된 절박함과 경영정상화에 대한 굳은 의지가 드러났다.
인도까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세계 첫 재액화장치(PRS) 탑재 천연가스추진선 '크리올 스피릿' 건조현장에서 만난 송하동 선박CM1부서장은 "전날 오후7시부터 10시까지 관리자 20여명이 토론한 결과 배를 물에 띄운 뒤 안벽에서 이뤄지는 몇몇 검사작업을 선박 조립단계인 도크에서 수행하면 작업속도가 빨라진다는 결론을 냈다"며 "회사가 위기에 빠진 후 이런 공정 개선 논의가 훨씬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크리올 스피릿'은 기존 액화천연가스(LNG)선보다 연비는 30% 좋고 오염물질 배출량은 30% 낮아 연간 운영비 절감액만 5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제품인 LNG선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20%에서 2016년 30% 이상으로 늘면서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부실의 원인이 된 해양플랜트 부문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 12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책임자(PM)를 자처하고 옥포조선소 사무동 한 층을 '워룸(상황실)'으로 꾸며 진두지휘에 나섰다. 그 결과 작업 속도가 대폭 빨라지며 지난 12월 대우조선해양은 유리한 조건으로 드릴십(심해용 이동식 시추선) 5척에 대한 인도 연기 협상을 이끌어냈다. 긍정적인 변화를 토대로 정 사장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017년 말까지 회사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용등급을 회복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거제=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