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6] 가격 자율화… 1년 독점판매… 보험업계, 킬러상품이 명운 가른다

금융산업, 낯선 길을 가다 <5> 보험산업 새로운 '게임의 법칙'

상품 사전신고 폐지·배타적 사용권 연장 등 규제 완화

대형사·기획력 갖춘 보험사 중심 '헤쳐모여' 가능성

불완전 판매 처벌 강화… 리스크 관리에 만전 기해야


국내 금융산업 관계자들은 모든 업종이 올해 격변기를 맞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따른 새로운 경쟁을,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핀테크 업체의 도전을 이야기한다. 광고 규제에 이어 대출 금리 압박에 힘겹다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업계는 금융시장의 후발주자들이 자신들의 영역부터 잠식해나갈 것이라고 불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권이 느끼는 위기감은 보험업계에 비하면 그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타 금융은 메기 한두 마리가 풀려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수준이지만 보험업계는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준비로 대형사를 비롯한 어떤 업체가 언제고 시장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모두가 메기가 되거나, 모두가 먹잇감이 될 수 있는 무한경쟁의 무대가 열리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대응은 숨 가쁘다. 금융당국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발표된 지난해 10월부터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한편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한 시장 구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획기적인 기획력으로 무장한 소형 보험사들의 약진으로 판세가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보험업계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는 2016년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이제까지 못 보던 상품이 나온다=보험업계 경영진들은 올해 경영전망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만큼 예측하기 힘든 탓이다. 단 보험업의 중심이 영업에서 상품기획 쪽으로 다소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지금껏 천편일률적인 상품 구성 탓에 전통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부서가 우위에 있었는데 이제 상품개발부서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라며 "상품 하나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기획이나 시장조사팀의 역할도 훨씬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사내에서는 지금까지 듣기 힘들었던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유럽이나 일본 등의 선진 보험시장 경험이 있는 이들의 몸값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오는 4월에는 보험상품의 사전신고제가 원칙적으로 폐지되고 위험률 조정한도 또한 사라지게 돼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상품이 출시될 무대가 마련된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상품의 경우 경쟁사에서 유사 상품을 내놓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 둔 '배타적 사용권' 기한이 기존 3~6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며 표준약관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단 이 같은 규제 완화에 따른 파격적 상품은 올 하반기에나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새해 벽두부터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이율이 없어짐에 따라 자체 기준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다 신상품을 출시할 만큼 위험률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보험시장이 결국 일본 시장과 유사한 형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및 저성장 기조가 20년가량 먼저 시작된데다 이번 규제 완화로 상품 개발 환경마저 비슷해진 탓이다. 현재 일본 보험시장은 고연령층도 가입이 가능하고 보장기간은 장기이면서 비갱신형인 제3보험 상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추세를 보이는데다 위험률에 대한 규제가 별도로 없고 상품개발과 관련한 자율성을 금융당국이 최대한 보장해줬기에 가능했다. 제3보험 시장은 상품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까지 적고 위험률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대형보험사나 유럽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갖춘 외국계 보험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상품 판매 채널도 후폭풍=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는 보험 판매 채널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이 규제 완화와 더불어 불완전 판매시 처벌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이전과 같은 이른바 '묻지마 판매'를 할 경우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보험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발표, 보험사에 대한 과징금을 상향하고 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할 경우 최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보험영업대리점(GA)을 옮겨가며 불완전 판매를 일삼는 일부 보험설계사(FC)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달리 독창적 상품의 잇따른 출시로 고객들에 대한 설명 능력이 탁월한 설계사들이 이 같은 대면채널의 장점을 활용해 GA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와 관련한 감시의 눈이 강화되겠지만 일부 대형 GA들은 지금도 본인들이 원하는 상품 개발을 보험사 측에 요구한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가 GA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출시될 상품 구성 자체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면 채널의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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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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