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순수 이성' 상실한 문재인 대표


해괴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안철수 세력과 불편했던 한 지붕 동거를 하다가 '팽(烹)'당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상한 논리를 들이대며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문 대표는 5일 '20대 총선부터 선거연령을 18세로 인하하면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을 연계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을 위해 목이 터져라 요구하고 있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쟁점 법안들에 대해 선거연령 인하를 조건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표는 '선거연령 인하를 이번 20대 총선부터 시행해야만 쟁점 법안과 연계할 수 있고 다음 선거부터 적용한다면 연계할 수 없다'는 2차 조건도 달았다.

원샷법은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선제적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 골자다. 더민주는 당초 대기업은 원샷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다가 조선·철강·유화 업종에 한해서만 대기업을 포함시킬 수 있고 다른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을 넣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원샷법은 중소기업에만 적용돼야 하고 대기업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흑백 이분법' 논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우리 경제의 앞길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대기업에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면 안 된다'는 구시대의 낡은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둔화되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보건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더민주는 이 법이 시행되면 의료 분야가 대기업 중심으로 영리화되고 결국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가 영리화·산업화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줏단지 모시듯' 대기업 배제를 외친 문 대표가 이날 이상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을 연계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얄팍한 끼워 넣기 협상이다.

선거연령이 18세로 낮아지면 원샷법에 대기업이 포함되고 서비스산업발전법에 보건의료 분야가 포함돼도 상관없다는 얘기인가. 그동안 선거법을 야당에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쟁점 법안들을 볼모로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문 대표는 감언이설과 말장난으로 국민들을 우롱하지 말고 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보호막에 의지해 마냥 경제 관련 법안에 퇴짜를 놓아서는 안 된다. 경제 법안을 총선 표 챙기기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구태를 벗어던져야 한다. 문 대표와 야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얄팍한 꼼수가 아니라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순수한 이성'이다.

정치부 서정명 차장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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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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